매일신문

문화-금벽산수화중 최고 '단경왕후 무이구곡'

조선시대 궁중에서 청록색에 금가루를 넣어 제작한 금벽산수화중 최고수준인'단경왕후 무이구곡'(1739) 8곡 병풍이 영남대박물관에 소장돼있어 화제를낳고있다.중종의 비였다가 폐위됐던 단경왕후 신씨(1487~1557)의 억울함을 풀어주기위해 2백여년간 신원운동이 이어진 끝에 영조 15년에 복위된 것을 기념, 궁중에서'온릉도감'(도제조 영의정 송인명)을 설치하고 화원들을 동원하여 제작한 이 병풍의 앞은 진채 무이구곡, 뒤는 제작경위가 실려있다.병풍의 기록에 따르면 "단경왕후가 자비롭고 훌륭한 사람이어서 드디어 복위되었다. 그동안 황폐해진 무덤을 온릉으로 승격시키니 하늘도 돕는지 단장이 잘 되었다. 이를 기념해서 무이구곡도를 그린다"고 되어있다.성종의 둘째아들 진성대군과 혼인했던 신씨(익창부원군 신수근의 딸)는1506년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쫓겨나고 진성대군이 왕(중종)으로 추대되자왕비에 올랐으나 고모가 연산군의 비인데다 신수근(연산군의 매부)이 연산군축출모의를 반대한 일로살해되면서 폐위되었다. 이후 신씨 신원운동은 2백여년 이상 지속, 1739년(영조 15년)에 복위되었다.

'무이구곡'은 주자가 놀던곳으로 중국사람들도 좋아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에도 이상향으로 그리워하던 곳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 무이구곡도는 1920년대까지 제작, 많이 남아있으나 그 수준이높고 제작경위와 연대가 확실히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으며 이 병풍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18세기 전반부 작품으로 아주 귀한 자료"라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성미교수(미술사)는 "청록색에 금가루를 많이 넣어 그린 금벽산수화중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8곡병풍은 비단바탕에 세로 1백55㎝, 가로 4백88㎝ 크기로 현존하는 무이구곡도중 제일 크다.

영남대 박물관 박현수관장은 "이 그림을 제작하기 위해 온릉도감을 설치하고 도감제조(대표)를 당시 영의정 송인명이 맡아 경과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그림 표면이 일부 상하기도 했으나 무이구곡을 가장 완벽하게 담고 있으며국보급을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이 병풍은 '한국의 미'시리즈에 산수화가 아닌 민화로 잘못 분류돼 있었다.

한편 영남대박물관은 12월중에 단경왕후 무이구곡도에 대한 세미나와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최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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