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82)-제9장 죽은 자와 산 자 ?

나는 비닐하우스 문 앞에서 안을 살핀다. 반투명 비닐을 통해 사람의 모습이 얼쩡거린다. 나는 잔기침을 한다. 경주씨, 짱구형이란 말이 입에서만 맴돈다. 나는 살그머니 문을 연다. 지붕 있는 흙마당이 제법 넓다. 창을 낸 한켠은 노천 부엌이다. 세간살이들이 어수선하다. 청바지 처녀 둘이 저녁식사준비가 한창이다. 끓는 국에 간을 보던 경주씨가 나를 본다."시우씨네. 용케 찾아왔네요"콩나물을 무치던 애띤 처녀도 나를 본다.

"방으로 들어가요"

경주씨가 흙마당을 거쳐간다. 공사장에서 쓰던 합판으로 벽을 세워 방을내었다. 경주씨가 문을 연다.

"장씨, 시우씨 왔어요"

방에 대고 경주씨가 말한다. 나는 방안을 들여다본다. 컴컴한 방안에 사람들이 많다. 대체로 장애아들이다. 많은 눈동자가 내게로 쏠린다. 나는 섬칫한다. 내게 해코지를 않아도, 그들을 보면 두렵다.

구석에 누구인가 이불을 덥고 누워 있다. 경주씨와 나는 신발을 벗는다.비닐을 깐 방으로 들어간다. 찡그려 우는 듯한 얼굴이 있다. 까닭없이 빙시레 웃는 얼굴이 있다. 무심한 얼굴이 있다. 덜덜 떠는 얼굴이 있다. 나는 얼른 그들의 눈길을 피한다.

"마두, 어서 와"

짱구가 끙끙 앓으며 말한다. 머리는 온통 붕대를 감고 있다. 짱구 머리맡에 라디오가 있다. 청취자 퀴즈게임이 한창이다.

"형, 마 많이 다쳤어?"

짱구의 얼굴을 보자 나는 목이 메인다. 뺨이 찢어졌다. 입술과 턱은 멍게다. 피멍이 들어 있다. 키요를 따라 국시집 옥상으로 갔을때, 쌍침형은 그랬다.

"성님이 죽었어"

짱구의 목 메인 소리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린다. 손과 팔이 붕대에 감겨있다.

"죽었어. 나도 알아"

"마두야, 우린 어떻게 살지? 누구를 믿고 살아?"

짱구가 울먹인다. 쌍침형에게, "성님,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해져요"하고 말했던 짱구다. 이제는 그가 약해졌다. 각목에 맞으며 말대가리 옆구리를 파고들던 짱구다. 이런 짱도 이젠 울고 있다. 울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던 짱구다."여기 사람들을 봐요. 사지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산다니. 말 같잖은 소린 치워요"

경주씨의 냉담한 말이다. 나는 뒤돌아 본다. 경주씨가 양손을 청바지 허리에 걸치고 서 있었다. 무너지지 않을 당당한 자세다.

"식구들 소식 몰라?"

짱구가 묻는다.

"몰라. 옥상에서 혼자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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