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구속후 민자당내 민정계의원들의 이탈조짐이 표면화되고 있다.지금까지 "이대로는 힘들지 않겠느냐"면서도 어느 누구도 선뜻 탈당의사를비치지 않았지만 전씨가 김영삼대통령에 정면도전한 후 하루만에 전격구속되자 민정계의원들이 차츰 흔들리고 있다.노태우씨 구속당시 대구경북지역 민정계의원들은 한마디로 '자숙'하는 분위기였으나 전씨구속후 이들의 동요는 집단행동으로 번져갈 조짐이다.전두환씨가 '골목성명'을 발표하던 지난2일 새벽 다수의 민정계의원들이어둠을 방패삼아 전씨집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군출신이 아닌 민정계의원만도 7명이나 됐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전씨의 원심력을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원심력의 기저에는 민정계의원들이 12·12와 5·18로부터 자유로울수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직접 가담자로 분류되는 정호용 허화평의원 외에도 5공당시 정치적으로 입신한 대다수의 TK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뿌리를 정면부정하는 당에 몸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지금 지역구의 여론도 이들의 동요를 부추기고있다. 어떤 이유로도 12·12와 5·18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6공당시 노태우전대통령과 3김씨가 정치적으로 매듭지은 사안에 대해 재론하는 것은 대선자금 정국을 돌파하려는 정치적 술수이상으로 볼수 없다는 것이 대구경북의 지배적인 여론이라고 민정계의원들은 이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명분도 실리도 없는 민자당에 계속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씨의 '골목성명'에 대해 '할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인 정호용허화평 김상구의원이 탈당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정의원은 요즘 여의도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작별악수를나누고 있고 전씨의 동서인 김의원은 "구차하게 당에 남아 연명할 필요가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허의원은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자당지도부의 자진탈당권유설이 나도는 가운데 출당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버티겠다는 의미가 더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탈당에 근접해 있는 의원들로는 강재섭 최재욱 김한규 김길홍 박세직 장영철 의원등이 꼽힌다.
최의원은 자신이 깃대를 들고 나설 형편은 아니지만 "동료의원들과 향후거취에 대해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독자적인 행동보다는 집단탈당 쪽을고려하고 있음을 비쳤다.
어쨌든 한배를 타겠다는 것이 민정계의원의 하나된 의견이지만 문제는 배의 키를 쥐고 방향을 선도할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고민이다.
배의 방향잡이자리를 두고 가장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역시 김윤환민자당대표위원. 김대표는 "지금 생각하는 바가 있지만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침묵을 계속하고 있는데 공천때까지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주위에 비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용태장관도 곤혹스럽기는 김대표 못지않다. 4선의원으로 민정계의 중진인 김의원은 민정당의 요직을 두루 거친이력에다 현재 내무부장관을 맡는등 문민정부의 수혜자로도 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민정계의원들의 동요를하나로 묶어 방향을 제시할 정치인이 없는상황에서 이들의 탈당움직임이 곧바로 신당창당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무리가 있다. 그러나 12·12와 5·18 수사가 본격화되고 관련자가 줄줄이 소환조사되는 사태가 오면 대구경북 정치권이 격랑을 면치못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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