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말로 할 말이 없는 것일까.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에이어 5.18관련자 처벌을 위한 전두환 전대통령의 구속이란 사상 초유의 정치적 격동을 겪고 있는 한국의 정국에 대해미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무부는 물론 5.18 당시 한국관계자들도최근 한국상황에 대해 한결같이 '노 코멘트'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미국무부 한국과 한 관계자는 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4일밤) "정오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한국관련 코멘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날 정오(한국시간 5일 새벽2시) 정례브리핑에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작 한국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받자 "이는 순수히 한국 국내문제로 이에대해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잘라말했다. 지난번 노씨 구속 당시의 반응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5.18과 12.12 당시 주한미대사였던 윌리엄 글라이스틴씨도 이날 "뉴욕타임스지 등에서 최근 한국관련 보도를 보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당시 한국상황과 관련해 언급할 시점이 아니라는 입장에는 변함도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비자금 사건과 5.18은 미국무부의 '공식입장'처럼'순수한 한국국내문제'만은 결코 아니다. 두개의 사건에 미국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어느 정도 개입돼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노씨 비자금 사건의 경우 차세대 전투기 기종 결정과 관련 미항공기업체가노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었던미국이 항쟁 진압을 위해 한국군의 이동에 동의한 것은 직접적인 개입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지와 같은 미국언론은 "미국이 광주학살에어떤 형태로든 개입하지 않았음을 누차 밝혀왔으나 한국국민들은 한국군부가민주화를 위한 시위를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하도록 방치한 미국을 지금까지비난하고 있다"고 연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노 코멘트'일 뿐이다.특히 글라이스틴 전대사는 5.18과 관련 미국의 개입 여부는 물론 당시 신군부의 움직임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거듭된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직 말할 때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현재 클린턴 행정부 가운데 이력서에 한국이란 글자가 한 줄이라도 비쳤던 관리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일사불란하게 '국내문제이기 때문에 노 코멘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대해 주미한국대사관의 권종락 정무참사관은"미국무부 관리들이 사석에서라도 한국정국에 대한언급을 일절 삼가고 있다"고 의아해 한다.
이에대해 워싱턴의 한국전문가들은 클린턴 행정부가 최근 한국정국과 관련철저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이로인해 한미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지 않도록 사전에 입장정리를 마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미국의 거듭되는 '노 코멘트'와 계속되는 침묵 속에서도 그러나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미국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고는 한국의 '역사 바로잡기'는 결코 그 해답을 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댓글 많은 뉴스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