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우디 새국왕 선임문제 촉각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파드국왕(72)의 중병으로 누가차기 왕정을 이끌게 될지 후계자 선정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는 전통적인 왕정체제와 친서방 외교노선을 고수하면서 아랍세계의 지도자로 군림해온 사우디의 정국 추이가 중동지역에미칠 여파가 적지 않음을의미한다.현재 사우디의 왕위 계승 후계자는 파드국왕의 이복동생인 압둘라 왕세자(71). 왕위 공석시 새 국왕이 임명될때까지 국왕의 임무를 대행하게 되지만자동적으로 왕위를 계승하지는 못한다. 사우디왕가의 관습에 따르면 국왕 선정은 알 사우드 왕가와 회교 성직자, 부족장들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국왕이 사망하거나 축출될 경우 왕세자가 자동적으로 왕위를 계승해왔으나 파드국왕이 지난 92년 제정한 소위 '기본법'에 따라후계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이 법은 사우디왕국을 창설한 고 압델 아지즈왕의 아들이나 손자들중 '가장 유능한 사람'을 국왕으로 선정토록 규정해두고 있다.

고 압델 아지즈왕은 45명의 아들을 남겼으며 그중 25명이 아직 생존해있다. 이중 술탄 국방장관, 나예프 내무장관, 살만 리야드 시장 등 압둘라왕세자의 이복동생 6명이 왕세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거명되고 있다.고 압델 아지즈왕의 손자들중에서는 파드국왕의 아들 모하메드, 파이잘왕의 아들 사우드 알 파이잘 외무장관, 주미대사 반다르 이븐 술탄 왕자가 왕위 계승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어쨌든 파드국왕이 집권을 계속 하든지, 새 국왕이 탄생하든지간에 사우디왕정은 한차례 진통을 겪을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이후 아랍제국의 맹주로서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사우디 왕정은 후계자선정문제이외에도 중산층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왕정체제에 대한 반대움직임이나 친서방정책에 대한 불만, 국제 원유가 하락 및 국방비 지출 급증에 따른 재정 악화 등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봉건적 왕정체제를 지지해온 미국은 사우디의 혼란에 대비, 왕위계승에 대한 시나리오를 이미 작성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드국왕의 건강악화로 왕위 교체가 불가피해질 경우 압둘라, 술탄, 나예프 등 현국왕의 형제들중 한명을 옹립한다는 것이다. 정국이 더욱 불안해질 경우 기존 왕위 계승절차를 무시하고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젊은 왕자를 왕으로 추대하거나 군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집권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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