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86)-제9장 죽은 자와 산 자 (31)

"이런 장애자들을 그 산골짜기에 데려다 놓고 어찌 살겠다구. 농사일도 못할게 뻔하잖아요. 아무리 인심 좋다기로서니 거기 사람들이 어디 이 사람들까지 먹여 살리겠소?"짱구가 말한다."그래서 후원회를 계속 늘려 나가고 있어요. 그 일로 저와 자원봉사원이아침부터 뛰잖아요. 계좌당 월 이천원부터 일만원까지예요. 이 사회가 위로는 썩었지만 그래도 중산층 이하에 오히려 온정이 살아있어요. 여기 비닐하우스촌만도 벌써 일곱 계좌나 들어준걸요. 장애도 그래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선천성이나 유아 때의 질병에 따른 장애아와 산업공해에 희생된 노인 장애자지만, 멀쩡한 사람도 어느날갑자기 장애자가 될 수 있어요. 날마다 수백건씩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산업체 안전사고를 봐요. 노인성 마비 장애자도계속 늘고 있는 추세구요. 그들이 가족에게 버림 받으면 갈 곳이 없어요. 수용시설은 태부족한 현실이구. 우린 그런 점을 호소하며 후원회 가입을 권유하지요. 누구나 돌연 장애자가 될수 있다고. 한편, 장애자들에겐 물리치료를겸한 운동기구는 물론 욕탕이 필수인데, 비닐하우스엔 그 시설을 마련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여러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그만한 장소를 마련할 수가없어요. 지금도 갈데 없는 장애아 서넛을 더 받아야 하는데 수용에도 한계가있구"

"경주씨, 내가 일만원 계좌에 들까요? 마두를 위해서두"

"쫓기는 몸인데 장한 용기를 내는군요" 경주씨가 웃는다. "시우씨는 자립할 수 있는 장애자랍니다. 오히려 그런 도움이 자립의 기회를 막을 수도 있어요. 시우씨는 고향에 돌아가면 충분히 자립할 수가 있잖아요. 시우씨에겐자연과 함께 살 그런 보금자리가 필요해요" 경주씨가 술잔을 비운다. 그 잔을 짱구에게 넘긴다. 김치를 집어먹는다. "참, 시우씨는 이제 그 폭력세계에서 완전히 떠났어요. 그러니깐 마두라고 부르지 마세요. 본 이름을 돌려줘야지요" "나도 그럼 한마디 하겠수. 날 장씨라 부르지 마시오. 장씨라니 홀아비나 아저씨 같잖소. 내게도 이름이 있소. 장명구라구, 고아원 원장이 지어준 명구라 부르시오. 명을 구한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는 말을 보모한테들었어요"

"명구씨, 한잔 듭시다" 경주씨가 잔을 든다. "들고 자야죠. 내일도 할 일이 많으니깐. 명구씨에게 한가지부탁할건 여기에 시우씨 이왼 그쪽 식구들출입을 삼가주세요. 우리 쪽 불편보다 명구씨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알았어요. 그 점은 염려 마세요"

술자리가 치워진다. 나는 짱구 옆자리에 잠을 잔다. 경주씨 책을 베개삼는다. 이불을 짱구와 함께덮는다. 경주씨는 가장 끝쪽 장애아 옆자리에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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