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거청산 문제로 진통을 겪는 나라로는 한국 말고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있다. 멕시코도 한국처럼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거액 부정축재가 들통나 사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과거정권하에서 자행된 양민학살범 처단문제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카를로스 살리나스 전대통령과그의 가족이 관련된 부정축재와 정치인 암살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거듭 공약한 세디요 멕시코대통령은 내친김에부패를 뿌리 뽑기위한 제도적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또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국민들 기대 또한 부풀어 있다. 야당은 더욱 폭넓은 정치적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패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인들에 대한 일대 물갈이가 있어야 된다. 80여명 여당 의원들이 공천탈락 대상 명단에 올라있다.하지만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당 참패를 막으려면 웬만한 비리는 눈감아줘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오랜 군정의 악습을 청산한 칠레와아르헨티나가 광범한 정치적 사면으로 큰 동요없이 민주화를 달성한 선례를본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과거청산은 멕시코 국민의 해묵은숙원인 민주화의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인 것 같다.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9년전 양민학살 주범인 전직장관과 관련자 19명에 대해 뒤늦게나마 문책을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백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소수 백인 정권하의 국방장관이었던 매그너스 말란은 군대를 동원하여 심야에 흑인 동네를 기습하여 신부 1명을 포함한 여자들과 어린이 12명을 사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날 군대와 경찰이 흑인들을 함부로 죽인 일은 부지기수였지만 무고한 여자와 어린이를 마구 죽인 일은 드물었다. 인종분리주의 백인정권하에 저지른 과거 만행에 대한 상징적 응징으로 꼽힐만 하다.백인 각료들을 비롯한 백인사회 여론이 이제야묵은 사건을 새삼 들춰서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흑·백간의 깊은 상처를 덧건드리는 짓이라고 불만투성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보복 위협도 대단하다. 그러나 만델라 대통령은 "화해도 중요하지만 정의는 더욱 중요하다"고 옴짝달싹도 않는다. 27년간 백인 정권하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그의 과거청산의지는 자못 단호하다.
두 전임자를 한꺼번에 잡아가둔 김영삼대통령에 대해 깜짝 쇼니 또는 딴속셈이 있느니 하는 뒷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북한 지도층이 통일후에자칫하면 자기네도 같은 신세가 된다고 겁낼지도 모른다는 궤변으로 그 뜻을희석시키는 사람도 있다.
과거청산에 뛰어든 삼총사 세디요, 만델라, 김영삼 앞날이 험난하다.〈LA·이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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