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율곡' 재수사 답보 배경

**'검은돈 뒷거래' 물증 못찾아**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에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휘 전안보수석 비서관이 2년8개월만에 귀국,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이틀째 철야조사를벌이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채 수사가 난항을 겪고있다.안강민 중수부장은 12일 "김종휘씨는 자진출두를 했을 뿐, 스스로 검찰에나왔더라도 죄가 없다고 부인할 경우에는 자수로 볼 수 없다"고 말하면서 실망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이상훈·이종구 전국방장관과 정용후·한주석 전공군참모총장등 4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당초 F-18에서 F-16으로 기종이 변경된 경위에대한 파악은 거의 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검찰 재수사의핵심사안인 노태우 전대통령의 리베이트 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만을 확인한 채 물증이나 정확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상태.

때문에 검찰은 그동안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던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 막후에서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의 입에 크게 기대를 걸었던게 사실이다.

김씨는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노씨의 지시에 따라 기종변경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리베이트 수수 여부는 전혀 모른다"는 진술만 되풀이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선 11일 밤과 12일 새벽 사이에 전격적으로 실시한 압수수색 내역을 보면 김씨의 입에서 나온 진술이 수사에 도움을 주지 못했음을 간파 할수 있다.

피의자가 자백을 한 경우에는 검찰에 제출한 관련자료나 당시의 상황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토대로 관련 계좌등 물증을 찾아내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것이 통례.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지푸라기라도 건져 보겠다'는 검찰의초조한 심정이 짙게 배여 있다.

관련 금융기관은 전혀없고 김씨의 자택과 제너럴 다이내믹스사 한국지사장 김용호씨및 컨설턴트인 신한시스템 사장 김송웅씨의 자택및 사무실등 5곳이 압수수색장소다.

또한 압수대상도 당시의 서신과 FAX자료, 전현직 근무자의 인적사항과 연락처,해외송금자료와 개인 예금통장등 막연한 내용이 전부다.지난달 24일부터 20일가까이 수사를 진행해온 수사팀이 확보하려는 자료치고는 너무나 빈약하다는게 검찰주변의 중론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노씨 역시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한 리베이트수수및 은닉장소등에 대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노씨는 전직 여당 사무총장과 경리관계자의 조사를 통해 확인한 7백90억원의 정당운영비와 특별격려금을 제공한 사실 조차도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검찰은 당분간은 계좌추적 작업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있으나 이 부분 마저도 용의치 않아 보인다.

만약 노씨가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더라도 이 돈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곧바로 스위스나 홍콩등의 금융기관에 은닉시켰을 가능성이 높고 때문에 관련국 수사당국의 협조가 없는 한은 국내 금융기관만으로 계좌추적 작업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 93년6월 김씨를 기소중지할 당시 김씨가 중형수송기 도입등과 관련, 1억4천5백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일단 사법처리할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와 노씨등 핵심관련자들이 수사협조를 계속 거부할 경우,더 이상의 수사진척은 난망인 상태며 미국및 스위스 정부와의 사법공조를 통해 스위스 비밀계좌 보유의혹이 밝혀질때까지는 수사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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