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94)-제10장 아우라지의 희망 ⑤

빈 손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고 경주씨가 말한다. 짱구가 육소간 앞에 차를세우라고 말한다.승용차가 멈춰선다. 짱구가 육소간으로 들어간다. 신문지에 뭉쳐 싼것을들고 나온다. 차가 골지천에 걸린 다리를 건넌다. 비포장도로로 들어선다."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이네요. 이런 땅이 아직도 이 나라에 남아 있음은축복이에요"

경주씨가 말한다. 강변에 미루나무가 늘어서 있다. 비낀 햇살에 노란 잎이반짝인다. 멧새떼들이 강변 갈대밭 위로 난다. 승용차가 마을회관앞 공터에멈춰선다. 예리의 시신이 있던 곳이다. 우리들은차에서 내린다. 고살길로걸어들어간다. 저쪽에서 머릿수건 쓴 아주머니가 걸어온다. 소쿠리를 든 길례댁이다.

"시우구나. 그렇게 말없이 훌쩍 떠나더니 돌아왔네. 어서 가봐. 할머니가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너무 울어 눈이 멀 지경이야"

나는 대답을 못한다. 길례댁이우리를 스쳐간다. 창규형 집 앞을 지난다.팔배아저씨 집 앞을 지난다. 건너편은 이장댁이다. 양쪽 집 텃밭을 지난다.가을 배추가 탐스럽다. 고샅길을굽어 든다. 또식이네 집은 빈 집으로 남았다. 건너편이 길례댁 집이다. 우리집이 나온다. 삽짝이 열려 있다. 우리는마당으로 들어선다. 한편에 멍석을 펴 고추를 말리고 있다."하 할머니?" 나는 할머니를 부른다.

방문이 열린다. 꼬부장한 할머니가 마루로 나선다.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신발도 신지 않고 마당으로 달려온다. 쓰러질 것만 같다. 나는 달려가할머니를 껴안는다.

"왔구나. 네가 왔어. 이놈의 자식아, 왜 그렇게 할미 속을 썩여. 추수 끝내면 이장과 함께 너 찾으려 나서려했다"

할머니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훌쩍이며 운다. 짱구가 인사를 한다.할머니는 그 인사에 관심이 없다. 나는 할머니를 안은 채 꾸부정히 서 있다.목이 메어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시우씨는 이제 정말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다시는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할머니 모시고 살게 될 거예요"경주씨가 말한다. 할머니가 그제서야 경주씨와 짱구를 본다. 짱구를 보더니 지난번에 왔던 그 젊은이로구나 하며, 알아본다. 할머니는 정신이 또록하다.

"이 처녀는 누구야. 그때 그 처녀는 죽었는데"

"시우씨 동무예요. 시우씨가 고향에 간다기에 함께 왔어요. 듣던대로 싸리골은 참말 산자수명한 곳이네요"

경주씨가 말한다. 짱구가 들고온 신문지 뭉치를, 쇠고기를 조금 사왔다며내놓는다. 도담댁과 이장 부인 나전댁이 집으로 들어온다. 다시 돌아온 나를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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