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환상에 빠질때가있다. 환상이란 아름다운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것으로 인하여 괴로움에 빠지기도 한다.며칠 전 멀리 알고 지내오던 한 신도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아들이 골수암으로 입원을 했는데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면서 스님과 이야기라도 해보고 싶어하니 자식을 위해 시간을 좀 내달라는 것이었다. 그가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갔다. 참으로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젊고 건강하던 청년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고 그때는 이미 한쪽 다리를 절단한 뒤였다.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은 다 빠져버렸고 얼굴은 하얀 채 부어 있었다. 통증과 불안으로 가득한 눈동자는 나를 보자 구원을 갈망하는 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덮었던 이불을 걷고 끊겨 나가고 없는 다리를 보여주면서허탈하게 웃는 그를 보고 한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어디가 가장 아픈가?"라고 물었더니 "스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끊어 폐기 처분하여 버린 그쪽 다리가 아파서 못 견디겠습니다"라는 것이다.얼마나 그 다리에 집착을 하였으면 신체에서 분리되어 이미 자신과는 전혀관계가 없는 다리가 아픈 것일까? 집착이란 대단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의학용어로는 이러한 것을'환상통증'이라고 의사는 설명한다. 자신의 신체에대한 애착과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기억, 그리고 결손된 육체로 살아야하는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환상으로 작용하여 실재하지도 않은 것에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그 고통은 대단하며 약물을 투여할 수도 없다. 다만 환자 자신이 스스로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며칠동안 그와 함께 자고 같이 생활했다. 나를 전송하는 그의 웃음에서 이제 그가 환상통증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착각과 환상은 얼마나 위험한 일이며, 사물을 바로 본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체험한며칠이었다.〈한국화가·보문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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