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아우라지의 희망 ⑥도담댁과 나전댁이 추석날 이야기를 한다. 예리한 처녀가 죽어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고 말한다. 지서에서나와 왜 그냥 가버렸느냐고 도담댁이 내게묻는다. 나는 대답을 못한다. 짱구가 뒷통수를 긁적이며 변명을 한다."예리 가족에게 빨리 알려야 했기에 곧장 종성시로 차를 몰았죠. 시우를교향으로 데려다줘야 한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거기서 수습할 뒷일이 남았고해서 늦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시우가 고향으로 왔잖습니까"추석날 밤중에야 예리란 아가씨의 모친과 외삼촌이 아우라지로 들어왔다고나전댁이 말한다. 화장을 하겠다면 시신을 수습해서 이튿날 돌아갔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놓치 않는다. 둘러보니 경주씨가 없다. 이야기를할 동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처녀가 어디갔어? 지난번 처녀처럼 또 강가로 나갔나?"
도담댁이 주위를 둘러본다. 나전댁이 뒷간을 다녀온다. 거기에도 없다고말한다. 이번에는 뭐하는 처녀며왜 ㅇ여기에 왔냐고 도담댁이 짱구에게 묻는다.
"경주씨라고, 자살할 그런 처녀와는 달라요. 똑똑 떨어지는 처녀라구요.뭐랄까, 그렇치. 사회사업을 하지요."
짱구가 말한다.
"사회사업이라구?"
나전댁이 묻는다.
"갈데 올데 없는 장애자들을 보살핍니다.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처녀지요"
도담댁과 나전댁이 돌아간다. 그러고도 한참 뒤다. 경주씨가 삽짝으로 들어선다. 어디를 다녀왔냐고 짱구가 묻는다.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았다고 경주씨가 대답한다.
"빈 집이 세 채나 되더군요. 이장님을 만나뵙고 말씀드리기 전에 면사무소부터 다녀와야겠어요. 면내 장애자 수용시설이 어떤지 현황을 파악해보고 오겠어요"
경주씨가 수도간으로 간다. 수도꼭지를 튼다. 대야에 물을 받아 기운차게세수를 한다. 세수를 마치자 삽짝을 나선다. 경주씨는 할머니가 저녁밥을 지을때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동안윤이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집을 다녀간다. 모두들, 이제는 집에서 떠나지 말라고 내게 말한다. 나는 정말 집을떠날 마음이 없다. 할머니와 함께 살 것이다.
"할머니는 이래라, 저래라 제게 지시만 하세요. 제가 밥상을 보아 올릴께요"
경주씨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도마와 칼을 찾아 쇠고기를 썬다. 프라이팬에 쇠고기를 볶는다. 경주씨는 멍석의 고추를 거두어들인다. 도담댁이나물반찬을 가져온다. 경주씨가 휘뚜루마뚜루 설치자, 할머니는 보고만 있다. 부뚜막에 앉아 경주씨 일 솜씨를 묽은 눈으로 찬찬히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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