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역사적 재판에 기대한다

오늘은 우리사법사상 획기적인 기록을 남기게 된다. 비리를 저지른 전직대통령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정에 세운 것이다. 이날 오전10시 서울지방법원 4백17호 대법정에서 노태우전대통령의 부정축재혐의에 대한 역사적인 첫공판이 개정된 것이다. 이날의 재판은 국내뿐만 아니고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커다란 사건으로 앞으로 벌어질 법정공방에 세계의 이목이 쏠릴것이다.이날 재판에는 노씨이외도 노씨에게 돈을 준 재벌회장 9명등 총15명의 거물들이 출석했는데 앞으로 재판은 빠르면 2~3개월만에 끝날 것이고 길어질경우엔 6개월까지도 걸릴지 모른다. 이번 재판에선 노씨가 기업인들로부터받은 2천8백38억원이 뇌물인지 성금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재판부가 해야할가장 중요한 대목인 것이다. 이 부분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들의 법적공방이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재판은 시작됐으나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지않은 것은 검찰이 수사를 완벽하게 마무리짓지 못하고 이 사건을 기소한 점이다. 노씨가 밝힌 비자금의 규모와 검찰이 밝힌 조사금액이 차이가 나는가하면, 돈의 사용처에대해선 미진한 부분이 많은데도 수사기일에 쫓겨그대로 기소했던 것이다.변호인들 이 검찰의 이같은 수사허점을 법정에서 공박자료로 활용할것이 틀림없고 보면 앞으로 재판은 순탄치않을 것같다.

앞서 지적한 '뇌물이냐, 성금이냐'의 공방과 함께 검찰이 변호인들에게 공박당할 부분은 기업들의 사법처리기준이다. 기소할때 노씨에게 돈을 준 기업인들을 구속, 불구속, 불기소등 3단계로 사법처리했는데 3단계로 나누는 잣대가 애매모호했다는 것이다. 특히 유일하게 구속된 재벌총수인 한보총회장의 경우 '괘씸죄'가 잣대가 됐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있으니 검찰의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이번 공판을 '역사적인 재판'이니 '세기의 재판'이니하면서 매우 큰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매우 부끄러운 사건임을 부인할수없는 것이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치욕적인 사건이라해도 세계가 이목을 모으고 있는 재판이니만큼 재판부는 명쾌한 판결을 끌어내어서 우리의 과거잘못을 일거에 쓸어내고 이 재판이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재판은 물론 빈틈없이 진행돼야하겠지만 속도도 요구된다. 이 재판은 모든절차를 다른 재판과는 달리해야한다. 신중과 함께 신속을 요구하는 것이 오늘 개정된 재판이다. 앞으로 또 다른 전직대통령의 재판도 열릴 예정이다.이번 재판은 앞으로 있을 모든 중요 재판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거물피고인들과 쟁쟁한 변호인들, 그리고 여론의 엄청난 기대등 재판부의 부담이 크겠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명판결이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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