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쓰임받는 영어

해방이후 실시되어온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소수의 엘리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피교육자들을 희생시키는 엄청난 교육의 낭비를 초래하였다. 대학교육이상의 학력을 가진 지식인들 중 외국인과 1시간 정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학교의 성적표 상에는 A학점, B학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최근에는 국제화 및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영어의 필요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정부 교육개혁위원회를 통해 국민학교 교육과정에도 영어를 도입시킬 준비를 하고 있으며 대학 진학 수능시험에서도 듣기를 강화하고, 실용적유형의 문제 비중이 높아졌다. 기업체는 실질적 영어 구사능력이 있는 사원을 선발하고자 고심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의 새로운자리매김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영어를 양반집의 백자나 청자에 비유한다면 앞으로의 영어는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사용하는 뚝배기가 되어야 한다. 백자나 청자같은 영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환경이 뚝배기 같은 실용적이며보편성있는 영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이 역할을 해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배운 것의 불과 5퍼센트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고려하면 차라리 지금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혁신적으로 대폭 줄여서 일상적이며 쉽고 기본적인 표현은 재미있게 학습시킨 뒤 학년별 '영어통과' 자격을주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고등학교 단계까지 기본적인 언어능력이 확실히 갖춰진다면 대학에 와서 학문적인 고급어휘를 보충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어가 더이상 점수를 따는 중요과목이 아니라 누구나 잘 하는 기초과목이 되어 생활에 쓰임받으며 사랑받는 과목으로 자리잡아야 비로소 참다운 외국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계명대 국제교육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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