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도야지 세모

모처럼 돌아온도련님더러,

서울 가서 공부하는

도련님더러,

뒷울의 도야지는

고개 쳐들어

철학자의 목소리로

뇌이는 것이었다.

"너희는

한 살 더 먹으면

젊어지지만…"

"우리는 차라리

이웃도 설도 모르는

풍습이란다"

"이렇게, 노는 입설에

주문이라도 외며…"

버릇처럼

귀를 중긋대며,

제 몸집을 사람의 눈치로 재이며,

하는 수 없어 커가는 도야지는

무슨 대단한 계율을 푸는 것이었다.

도련님이 찾아줌은

반갑지마는---

▨약력

△1930년 김천 출생△ 서울대 미대 조소과 졸 △54년 '문화세계'로 등단△경북문화상 수상 △국전 초대작가(조각) △대구교대.효성여대.영남대 교수역임△ 시집 '문' '양속의 바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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