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작품-가랑잎 소리

내 혼자 집보는 날동화책을 읽다가

사진첩을 보다가

공기놀이도 하다가

나절 가웃을 보내고

창문을 활짝 열고

책상 앞에 앉았다.

가을 햇살만 뜰에 가득

아침에 지저귀던 참새들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멀리서 간간이 들리던

뻐꾹새 소리 뚝 그쳤다.

나뭇잎 하나 흔들리잖는데

시계 가는 소리만 더 크다.

하늘 높이 흐르는

엷은 구름을 바라보는데

난데없이 가랑잎 하나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다가온다.

내가 꼭 요맘때 요기에

왜 왔겠는가 묻는다.

나는 가랑잎 하나를

책상 위에 앉혀 놓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고요한 날에도

갈 것은 가고 있고

올 것은 오고 있다는 것일까?

최춘해〈경북 구미 인동국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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