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302)-제10장 아우라지의 희망 ⑬

"경주양은 정말 노인문제 전문가시구려" 윤이장이 담배를 꺼내문다. "사실은 조금전에 시우 할머니가 경주양 문제로 저를 찾아왔어요. 경주양이 장애자를 데리고 있는 모양이지요? 북실댁 말씀이, 그 장애자들을 우리 마을이받아들이자더군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나는 무슨말인지 영문을 몰랐다우. 함부로 타지 사람을, 그것도 장애자를 받아들이다니. 그래서 내가 우리살기도 힘든데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며 거절을 했지요. 그랬더니 그만 퍼렇게 넘어가며 욕설을 하는 게 아니겠요"윤이장이 담배를 피운다. 담배재가 떨어질 것만 같다. 재털이가 없다. 나는 밖으로 나온다. 재털이를 찾을 수 없다. 부엌으로 들어간다. 전등이 켜져있다. 접시를 가져온다. 윤이장 앞에 접시를 놓아준다. 실례댁이, 이제 시우가 눈치 빠르고 못하는 게 없다고 칭찬을 한다. 나는 얼굴이 화끈하다. 경주씨가 열심히 말을 하고 있다.

"…세살부터 여섯살까지 어린이가 일곱, 노인이 세분이지요. 아이들은 정신박약아가 다섯, 중증 지체장애자가 셋, 자폐아가 둘입니다. 모두 부모가버린 고아들이지요. 남자 노인 세분은 원진레이온이란, 이제 문을 닫은 화학섬유공장에서 오래 근무하다 직업병을 얻은 환자들입니다. 두분은 치매현상을 보이구요. 무의탁 노인들인 셈이지요"

"그런 사람을 우리 마을에 들이면 안돼요. 원래 첩첩산골 작은 마을이라문벌 집안도 없고, 많이 배운 사람이 안났어도 아우라지에서는 인심 좋은아라리 고장으로 소문났잖아요. 그런 사람들 들이면 금방 병신마을 소리 듣게요"

창규엄마가 손을 내젓는다.

"암, 안되지. 안되고 말구. 우리 죽고 이 마을이 없어지면 몰라도 그런 장애자들을 수용할 수는 없소. 여량 나가면 등신 마을에서 왔냐는 소리 단박에들을텐데. 뒷꼭지에 대고 손가락질할게 뻔한데 왜 우리가 그 수모를 당해야하우"

한서방이 세차게 머리를 흔든다.

"어른신네들, 오늘 내 몸이 건강하다고 죽을 때까지 건강하란 법은 없습니다. 어르신네 자녀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살지만 그분들 역시 마찬가집니다.교통사고, 각종공해병 등 재난은 뜻밖에 찾아옵니다" 경주씨가 잠시 말을중단한다. 모두 시퉁한 표정이다. 경주씨가 말을 바꾼다.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도운다는 게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가장 큰 보람이 아니겠어요.나라의 교육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자원봉사 과목을 신설해서 그 점수를 성적표에 기록하고 상급학교 진학에도 반영한데요. 제가낮에 면사무소에 갔는데 여기 북면에는 공공 사회복지기관이 한 군데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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