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25참전은 방위적 성격"

나는 한번도 한국을 방문하게 되리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그러나 내 회고록 'KGB와 권력'의 한국출판건으로 인해 신문사의 초청으로생애 처음의 한국방문을 가졌다.KAL을 타고 서울에 가는동안 기내의 좋은 서비스와 편의조건이 잘 갖추어져 장거리여행인데도 별로 지루한 감을 몰랐다. 서울 도착후 새삼 깨닫게 된사실이지만 한국인들은 신문을 필독물로 여기고 있었으며 (러시아는 신문보다 책을 선호함), 매일신문·부산일보·대전일보등 신문사들을 방문하고 사내의 철저한 조직력, 기강, 작업시간중의 긴장된 분위기및 무엇보다 신문제작 인쇄과정의 높은 수준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한국방문중 매일신문 김부기사장을 비롯한 각 신문사 사장들과의 만남은 내게 앞으로도 그들과 실무적 연계를 끊지말고 계속 관계를 유지할 필요를 절감케했다.

한국방문중 매일신문 국제부의KAL격추사건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비롯해많은 질문을 받았다.

어설픈 통역관계로 답변을 할 수 없었으나 그중에는 한국전쟁에 관한 당시소련측 관계질문이 많이 제기됐었다.

사실 여기에는 많은 것들이 왜곡돼 있어 사실의 진위를 밝힐 필요가 있다.당시 소련은 2차세계대전을 겪은지 얼마안된 시기였다. 이때 스탈린은 한국전을 반대했다. 이는 한국전이미·소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김일성은 스탈린의 견해를 경청하지 않고 우기며 자의로 행동, 결국 한국전이 터진 것이다.

소련으로서는 동맹국인 북한에 군사기재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되었다.한국전에는 소련기술자들과 소련 공군조종사들도참전했다. 이때 조종사로참전한 이반 코제누프 장군 증언에 따르면 소련공군의 참전은 오직 방위적성격만 띠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소 당국이 소련 공군조종사들에 대해 3·8선이남에 대한 비행을 엄금시킨 것으로 보아 쉽게 판단할 수 있다.또 한가지는 한국 통일문제에 관해서다.

한국 통일문제는 독일 통일과는 달리 이질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비록 동독이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었다는 점은 같으나, 동·서독에는 미·소련군인들이 상주하고 있었는데 비해 남·북한은 남한만이 오늘까지 외국 군인인 미군이 진주하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통일문제는 독일처럼 흡수통일의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복의 요소를 지닌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해 버리는 성격의 통일로 한쪽 지도자가 구속되고 영어의 몸이 되는 그런 경우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불운하게 동독 지도자의 경우 그런 비운을 면치 못했다. 한국 통일문제는 시간문제이며 독일 통일을 경험삼아 진정 남북이 서로 공존하는 그런 기회가 오기를 기원한다.

〈필립 보브코프 전 소련 KGB 제1부의장(70)은 지난 9월27일부터 10월4일까지 한국을 방문, 부산에서 강연회를 가졌고 대구, 경주와 대전 엑스포등을관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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