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가 셋이나 출가한 터라 가끔 친구도 만날겸 절에 들렀다가 예불에 참석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관습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 신실한 예절을 차리고자 애쓴다. 그렇지만 예불엔 어설픈 내가 넙죽넙죽 절을 하는 것을 친구는 흐뭇하게 건너다보는 눈치다. 수도승으로서, 정신적인 스승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뜻을표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동서양의 종교를 대표하는 두 종소리라면 동양은 범종이요, 서양은 챠임벨이다. 음악으로 분별하자면 내 귀는 비교랄 것도없이 범종에 기울고 뜻도모르고 듣게 되는 스님들의 장중한 염불이 가슴 저 깊숙한 곳을 울려줌을 느낀다. 몇개인지도 모를 수많은 나무조각들을 끼워 맞춰 정갈히 건축한 최상의 악기통이 법당이다. 그속에서의 스님들의 장중한 종교적 음성을 절묘하게도 대웅전의 과학적 음향구조가 받쳐주고 있음을 느끼곤 무릎을 쳤다.직업의식이 발동해서인지 국악을 담아 낼 수 있는 마땅한 연주회장이 없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대부분의 국악연주자들은 현재의 불합리한 사정을 감내하고 있다. 한국건축의 음향구조에 맞게 수천년동안 발달해온 국악기는 양악기에나 맞을 천장이 높고 넓은 무대에는 부적합하다. 국악연주때 아무리 고성능의 마이크를 사용한다한들 청중에게 섬세한 농현(농현)에서 울려나오는곡선적인 음의 움직임을 전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건축물의 과학적인 음향에근거한 국악전용연주장을 대구에다 세운다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문화도시라 이름하는 대구에서 한번쯤 시도해 봄직한 줏대있는 일이 아닐까.
〈돈보스꼬예술학교 조교수·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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