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날씨가 바깥의 한파와는 달리 돌연 푸근해졌다. 연말연시와 상관없이 몰아칠 것 같던 사정한파가 일단 연내에는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예보'가 여야권에서 동시에 흘러나왔기 때문이다.성탄절 연휴가 끝난 26일 "개혁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이야기가 여당대변인으로부터 나왔고 바로 얼마전까지 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고위관계자도 "뿌리를 못 뽑을 바에야 잔가지를 쳐서 무엇하나"라며 사정유보 방침을 시사했다.
여권의 방침변경의 표면적인 이유는 "사정도 중요하지만 민생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영향을 입은 연말연시 사회분위기가 국민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차피 정치권 사정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사회분위기 경색은 부산물로 예상됐던 바이다. 그런데 지금와서 사정유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다른 말못할 이유가 있기때문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바로 이야기 하면 "정치권 사정작업이 여의치 않아서"라는 이유가 그것이다. 20억원 플러스 알파설을 유포하며 김대중국민회의총재에 대해 뭔가 곧밝힐 것처럼 큰소리치던 것도 실상 별게 없어보이고 다른 정치인에 대해서도딱 꼬집어 날짜까지 박아가며 사정을 할 것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성과도없는 사정을 너무 고집하다가는 여권에 오히려 부담만 가중된다는 분석으로보고 있다.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뿌리와 줄기는 그대로 둔 채 잎사귀 몇개떼어낸다고 해서 득될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정대상 제1호라고 긴장하던 국민회의도 여권기류 변화를 감지한듯 "당분간 사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연내로 개최 예정이던 대규모 공청회도 유보시켰다. 그밖에 사정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으로 논의된 임시국회 소집요구, 이수성총리 불신임결의안, 김영삼대통령 경고결의안 등도 후퇴시켰다.
박지원대변인은 이를 '공세적' 공격이 아닌 '수세적'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당지도부가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신기하원내총무는 "사정준비작업결과 야권 특히국민회의보다는 신한국당에 대상자가 훨씬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고 한 관계자는 "특히 정리대상인 민정계보다 민주계실세가 더 많이 걸린게 아닐까"라고 유보방침의 배경을 진단했다.다만 이번 사정유보방침이 항구적이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은 하고 있다.언제라도 한파가 몰아닥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여권의 "언제라도 비리가 드러나면 조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유보일 뿐 취소는아니라는 말이다. 총선때까지 몇번의 고비가 더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배경과 이유야 어찌됐든 국민회의는 일단 연내 사정유보 방침에 안도하고있다. 내년에 가서 사정이 닥치면 "그건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이다.〈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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