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기대 라틴아메리카 들뜬 세모

멕시코,콜롬비아,칠레 등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95년은 정치, 경제적으로결코 순탄치 못했던 한 해였다.그래서 연말을 맞는 이곳 사람들은 묵은 해를 보내는 아쉬움보다는 오히려불행했던 한해를 보내는 후련함과 다가올 96년에대한 기대에 들떠 있다는소식이다.

지난 1년간 이 지역에서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시험하면서 동시에 정치의민주화를 이루어 나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케하는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일어났다.

80년대의 채무위기에서 벗어나 번영의 문턱을 들어선 것 같이 보이던 멕시코 경제가 연6%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물가상승률이 50%를 웃도는 이변을보였다.

올들어 7명의'칼리' 마약칼텔 두목을 체포하는 등 '나코 데모크라시'의불명예를 씻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인 콜롬비아에서는 현직 국방장관이 수뢰혐의로 구속된 사건으로 정치와 마약의 뿌리깊은 결탁이 사실로 드러나는 바람에 오히려 에르네스트 셈퍼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만 약화되는 최악의 정치상황이 빚어졌다.

칠레에서는 전직 경찰총수에게 내려진 징역형에 군부가 정면으로 반기를들고 나와 5개월동안 형집행이 연기되는 사건이 일어나 그동안 이루어온 민주화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이었는가를 여실히 드러냈으며,에콰도르와 페루사이에서 45년동안 잠재돼 오던 국경분쟁이 1개월간의 정규전으로 확대돼 8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같은 혼란은 이 지역 대표적인 몇몇 정치인들의 불운으로 이어졌다.한때 이지역의 선망받는 정치지도자였던 카를로스 살리나스 고타리 전멕시코 대통령이 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친형인 라울 살리나스가 정치적 암살음모혐의로 체포된 후 국외를 전전하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이같은 어두운 뉴스는 외부인들 사이에 "라틴 아메리카가 과거 군사독재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그러나,이 지역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외부의 비관적 시각은 지난 93년과 94년까지 이 지역발전을 지나치게 낙관해온 데서 오는 실망감 탓이며,이 지역 국가들은 지난해에도 어느정도 정치, 경제적 발전은 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부정부패 사건이 매스컴을 장식하는 것도 발전의 징표라고 주장한다. "과거에 라틴 아메리카는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곳이었으나,이제 부정부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는 것이 바로 변화이며 발전"이라는 것이다.〈여칠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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