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차원의 문화와 기술적 차원의 문명은 현대화의 과정에서 반드시 제기되는 양면성의 문제이다. 문화속에는 인간 삶의 밑바탕에 깔려 있으면서생활을 통해 표현되는 공통된 관념, 개념, 규칙, 가치등의 체계가 포함되어있다. 역사와 민족 그리고 지역을 달리하는 건축문화라는 것은 문화행위자의시각속에서 생활문화를 해석하여구체적인 인간행위와 문화와의 관계속에서이루어져야 한다.우리 건축문화의 개체성은 생활공간을 매체로 하여 생활 내용과 내용 틀을구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환은 '택리지'외 복거총론에서 지리,생리, 인심, 산수등의 4요소를 돌아보고 이들 중 한 요소가 없어도 살기 좋은 곳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지리를 제일 요소로 삼아 자연환경의 지리조건을 고려할만큼 우리의 선조들은 자연을 해석하는 태도와 생활을 풍유하는 멋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어린 동심세계를 회고해 보자. 여름날 긴긴 장마와 함께 피어오르는 툇마루의 정겨움,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며 우리의 숨소리였다. 퍼붓는빗소리와 옹기종기 모여 앉은 형제 자매들 그리고 어머니의 구수한 옛 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는 툇마루속에 숨어있는 듯했고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요 툇마루에 숨겨진 우리네들의 사랑 노래였다. 이렇듯 우리의 가정은 우리의 집은 우리네들의 건축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몇 해전 우리는 '주택 200만호 건립'에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보내면서도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호기로 생각했지만 지금 이러한 결과가 낳고 있는 부작용은 초기 우려에서 예측한 것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로 벌어지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폭파,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재해를 입은 1995년은 우리 건축인들에게 각성의 소리를 울리게 하지만 지금까지 현실충족만을 최선의 방안으로 제시된 사회 모든 분야는 좀더 책임있는 노력과태도를 보이는 각성을 사회분위기에서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건축은 어느 건축가와 그 건축가가 속한 사회의 합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의 높은 의식과 소중한 우리의멋이 없다면 훌륭한 생활건조물이존재하겠는가.
〈건축가·경북산업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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