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체첸 지루한 장기전

1년여 끌어오고 있는 체첸전은 지난 열흘간 체첸 제2의 도시 구데르메스시에서의 대규모 전투에도불구하고 국제적으로는 심드렁한 전쟁이 돼가고 있다.지루한 전투에 표류하는 협상이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시계 0'의 장기전양상이다.

반군은 연방정부 러시아가 허용하지 않는 독립에만 사생결단이고 평화를원하는 러시아는 '하수인' 체첸임시정부를 내세워 독립없이 서둘러 전쟁을끝내려고 하고 있다. 반군은 체첸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러시아는 반군과 대화하려 하지 않고 있어 대화채널도 없다. 양측은 모두 완전한 승리외에는 어떠한 타협도 고려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독립대신 자치확대로 만족하느냐, 아니면 피로 얼룩진 최후의 결전이냐 이제 두가지 기로에 있다.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유혈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지난 여름과 가을의 협상기간동안 러시아군은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반군 소탕의 총을 놓고 협상에만매달렸던 것. 이때 섬멸위기를 맞았던 반군들은 남부 산악지대를 비롯해 체첸 전역에서 전열을 가다듬었다.이제 그들이 재규합돼 잘 무장된 군대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또 하나. 지난 8일 크렘린은 체첸임시정부와 '체첸지위협정'을 맺었다. 여기서 러시아는 체첸에 독자적인 외교사무소 개설을 허용하는등 전반적인 자결권을 주었다. 물론 독립은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러시아는 하수인총리 도쿠 자브가예프를 내세워 공개적인 논의없이 서둘러 조약을 체결해 버린 사실이다.

반군은 체첸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체첸사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버렸다.

지난 25일 러시아군은 구데르메스시를 완전 점령해 도시를 봉쇄했다. 체첸관리는10일간의 구데르메스시 전투로 최소한 6백여명의 체첸인들이 사망했으며 도시의 3분의 1은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는 '화약이 양념쳐진 빵반죽같은 도시'였다고 전했다.문제는 전쟁의 틈바구니에 낀 난민과 피폐한 체첸의 경제사정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3만여가구가 집을 잃었다. 제한된 지역의 농사와 공산품하나 없는 시장이 고작인 이곳에 대규모물자지원이 없는한 10만여명의 난민들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러시아는 물론 나이든 체첸인에게도 이제 '체첸전'은 지긋지긋한 전쟁으로 각인돼 가고 있다.〈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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