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6새해특집-다가오는 정보고속도로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반도체의 집적도는 매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 경험상 기억소자는 10년마다 집적도가 1천배 증가하고, 컴퓨터의 두뇌인마이크로프로세서(CPU)도 2년마다 성능이 2배 향상된다.기억소자의 대용량.고성능화가 이처럼 급박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유로운 공유 속에서 무한의 가치를 창출할수 있는정보가 다니는 길은 너무 좁다. 최대 정보전송량이 고작 초당 56킬로바이트(KB)인 기존 전화선의 한계 탓이다.동화상 음성 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정보가 마음껏 달릴수있는 정보고속도로가 건설되지 않고서는명실상부한 21세기 정보혁명은 불가능하다. 이같은인식아래 세계 각국은 국운을 걸고 초고속통신망 구축에 나서고있다.미국은 국가 최우선정책과제로 국가정보기반구축(NII)을 선정하고, 2015년까지 총 4천5백억달러를 투입, 미국 전역을 광케이블로 연결한다는 야심찬계획을 추진중이다. 민간기업이 통신망을 구축하고 정부가 응용기술 개발에역점을 두는 분담체제로 돼 있다.

일본은 정보통신을 항만.도로등과 구분해 '신사회간접자본'으로 분류,2010년까지 53조엔을 투입해 일본 열도를 거미줄처럼 광케이블로 연결한다는계획을 추진중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21세기 정보화시대 미국을 앞지르는세계 최대 강대국을 꿈꾸고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97년까지 회원국을 모두 연결하는 고속통신망을 건설할 계획이며, 싱가포르도 2000년까지 정보와 지식의 세계중심지로 개발한다는 'IT2000'계획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이란 이름의 정보고속도로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전화선보다 1백만배 이상 전송능력이 뛰어난 초당 수십기가바이트(GB)급 이상의광케이블을 2015년까지 방방곡곡에 깔자는엄청난 구상이다. 사업비 45조원, 실현과제 1백87개에 이르는 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우리사회는 기존 생활양식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 생활양태의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동화상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생생히 전달돼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전화를 연결하면 상대의 입체영상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 옆에서 대화하듯 통화한다.

빈번히 쓰이는 단어이면서도 지금껏 정착되지 않은 재택근무, 원격진료,텔레마케팅 등이 드디어실현된다. 전자도서관, 주문형비디오(VOD), 쌍방향케이블TV.고선명TV가 실용화되고가상현실도 실생활 전분야에서 활용된다.컴퓨터, 전화, 오디오는 없어지고 이 모든 기능을 한데 묶은 정보단말기가등장한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은 광케이블 건설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넓은 개념으로 21세기 정보화시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한 물리적 기반 구축과정보산업강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뜻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 주도로 추진중인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사업이 지나치게망 구축 위주로 짜여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전문가들은 망 구축 후에 제공될 고도의 응용서비스와 첨단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애써 뚫어놓은 고속도로에 외국차가 판을 쳐서는 안되듯 초고속정보통신망에 양질의 정보를올려놓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이다.〈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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