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의회 사이의 지루한 예산 싸움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이로써 오는 26일 美國 역사상 처음으로 세차례에 걸친 연방정부 업무중단이란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연방정부 업무정상화를 위한 임시법안의 시한이 26일이기 때문. 만일그날까지 양측간 예산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는 다시 문을 닫게 된다.美國의 예산싸움은 도대체 어떻게 돼가는 것인가. 그 전말을 중간점검 해본다.▲왜 정부가 문을 닫는가.
이번 연방정부 업무중단 사태는 연방정부 예산에 대한 하원의 통제권을 정한 美헌법 제1조 7항과8항의 규정에서 비롯됐다.
美國헌법은 연방정부에 대해 하원은 예산을, 상원은 인사권을 통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원은 '돈'을 쥐고 상원은 '사람'을 통제함으로써 연방정부를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연방정부는 하원의 동의 없이는 단 한푼의 세금도 받을 수 없고 단 한푼의 예산도 쓸수 없다. 또한 인준청문회를 거친 상원의 인준이 없으면 연방정부의 대통령은 장관이나 대사, 합참의장 등고위 연방각료들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가 없다.
美國 연방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1일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9월말까지 하원에서 다음해 예산안이 통과돼야 연방정부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는 2002년까지 균형예산 달성을 목표로 한 공화당의 예산안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가 반대함으로써 아직까지 96년도 예산안이 최종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 두차례에 걸친 하원의 잠정예산안 덕분에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으나 이 임시조치 시한이 다시 만료되면 '쓸 돈이 없는' 연방정부는 또다시 문을 닫아야 한다.
▲무엇이 쟁점인가
균형예산을 이루기 위해 예산의 어느 부문을 삭감할 것이냐 하는 방법론에서 양측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공화당은 의료보장, 환경보호, 교육 등 3개 부문에 대한 예산을 대폭 감축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이에대해 클린턴 행정부가 극력 반대하고 있는 것. 노인과 빈민을 위한 의료보장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강령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로서 환경보호 정책과 교육정책은 지난 92년 대통령 선거 때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이다.공화당으로서는 그들이 지난 94년 중간선거에서 일약 상하양원을 지배한 다수당으로 부상할 수있었던 것은 바로 선거전에서 내세웠던 '균형예산 달성'이란 공약 덕분이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02년까지 균형예산 달성이란 목표는 공화당이 오는 11월 선거에서 여전히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인지, 나아가 대통령 자리까지 점령할 수 있을 것인지를 좌우할 최대의 정책 목표가되고 있다.
동시에 공화당은 의회를 지배한 입장에서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를 정면으로 공략하기 위해 클린턴대통령이 내걸었던 선거공약과 민주당의 기본강령에 따른 정책에 치명상을 입히려 하고 있는것. 말하자면 이번 예산 싸움은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 사이의 '이데올로기 싸움'의 양상을띠고 있는 것이다.
▲왜 타결이 늦어지나
선거때문이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양측은 선거전에서의 기선을 잡기 위한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양측은 예산싸움 과정을 지켜보는 미국민들의 여론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산싸움에서여론은 클린턴대통령 쪽으로 기울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예산협상 중단을 선언한 9일 마지막 접촉에서 그동안 공화당안에 차츰 접근해왔던 태도를 돌변, 바로 하루전 협상때보다 훨씬 거리가 있는 예산안을 내놓아 공화당 의회지도자들을 놀라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클린턴대통령의 '배짱'은 예산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론은 그의 편으로 더욱 기울어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한때 공화당 의회지도자들 사이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의 흐름을 의식해 클린턴측의 제안을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예산협상을 타결짓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보브 돌 원내총무의 '이만하면충분하다'(Enough is enough)라는 말은 공화당내의 이같은 동향을 상징하는 유행어가 됐다.그러나 막상 하원에서 이에 극력 반대, 예산협상은 타결이 어려워졌다.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 역시 타결을 바랐으나 걸림돌은 하원에 처음 진출한 공화당 초선의원들 그룹이었다.예산협상에서 '강경파'라고 불리는 이 초선의원들은 '균형예산 달성'이라는 그들의 선거공약이 깨지는 경우 오는 11월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는 계산때문에 "클린턴에게 양보해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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