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말, 우리 교수들은 여태까지 해보지않던 몇가지 서류를 채워넣는 일종의 잡무에 접하게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과목마다 강의평가지를 돌리는 일이었다. 대학교육개혁의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제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설문지여서 긍정적인 절차임에 틀림없겠으나 교수의 자질이 학생의 잣대로 등급매겨지는 지경에 이름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고리타분한 나로서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내가 다녔던 비엔나국립음악원이나 독일의 음악대학의 경우, 아무리 힘들게 입학시험을 통과해 학교에 들어왔어도열성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담당교수 사인 하나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학생을 심심찮게 보아왔다. 낙오되면 쫓겨나는 엄격하다못해 공포(?)분위기에서 유학시절을 보낸 내가 이제 교수의 입장이 되었다고 독일 교수들의 권위의 한면이 부럽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나는 그들의 깊은 지식에서 조금씩 학문에 눈을 뜨는 기쁨을 얻었고, 그들의 계속 연구하는 생활에서 깊은 존경심을 배웠고 부족한 나에게 희망을 갖고 열성으로 지도해 주신 큰 사랑에서 나의 할일을 깨우쳤다. 그들은명실공히 교수의 권위를 갖추었기에 그들의 판단을 거친 어떤 직권도 인정되고 존중되었던 것이다.
이제 사회는 급변해 지식을 사고 파는 시대에 이르렀는데 이 무슨 고전적인 넋두리인가마는, 그래도 대학은 교수가 학생에 의해 강의평가받는 형태를 권장하기보다는 교수의 연구의무를 더욱강화함으로써 교수가 자의든 타이든 끊임없이 연구할 수밖에 없고, 학문적으로 우뚝 섬으로써 사제지간에 진정한 존경심과 더불어 학문의 전수가 이루어지도록 함이 바람직한 강의향상이 아닐까생각해 본다.
〈피아니스트,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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