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배를 처음 만난 것도 오태석(吳太錫)을 만난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시동을 걸면서 그녀는 한동안 망설였다. 홍선배가 점심초대를 했을 때 가볍게받아들일 걸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세시간이라 할지라도 이것저것 자료를 뒤지면서 보낼 수있었다. 당장 이렇다 할 목적지도 없으면서 홍선배의 제의를 거절한 것이었다. 다시 잡지사로 돌아가고도 싶었다. 그러나 불쑥 오태석의 얘기가 튀어나올지도 몰랐다.
그녀는 차를 몰고 시가지로 나왔다. 한강의 서쪽끝에 있는 어머니의 집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반상회 참석을 핑계로 거절했지만 그것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오태석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시절이었다. 이념서클을 통해 우연히 만난 사람이었다. 그 서클에지금의 홍선배도 가뭄에 콩나듯 화사한 옷차림으로 나타나곤 하였는데, 긴장과 긴장의 연속으로살벌하고 을씨년스러웠던 그 모임에 홍선배는 언제나 짙은 화장을 한 얼굴로 나타나곤 하였다.간혹 서클의 간사로부터 가벼운 핀잔을 듣는 것같기도 하였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그녀는 졸업반이었으므로 서클에 모이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느다란 금테안경을 낀 그녀를 홍선배로 불렀다. 서클의 응집력이 그녀의 파격적인 거동따위로 야금야금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같은 것도 있었다. 대다수 열성파들은 차라리 그녀가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라고있었다. 열성파들의 속셈을 홍선배라해서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그런데도 홍선배는 자신이 내킬 때는 전혀 아랑곳 않고 그 은밀한 장소에 화사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모임의 상투적인곁말인 술자리가 벌어질 조짐이 보이면 그녀는 연기처럼 사라지곤 하였다.
그러나 홍선배가 없는 곳에서 그녀의 돌출행태를 헐뜯거나 빈정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서클에 모이는 모두들의 가슴 속에 도사리고 있는 홍선배에 대한 거부반응의 한쪽 구석에는 그녀의 화사한옷차림을 맞대놓고 비난할 수는 없는 파격에 대한 매력이나 호기심 따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홍선배는 언제나 걸상을 한쪽 귀퉁이로 끌고가 먼 발치에서 혼자 앉아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낙서와 구호투성이인 벽면을 배경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담배 연기를 내뿜고있는 그녀의 루즈발린 입술은 붕어의 입처럼 되바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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