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改革 끝났는가...

저는 만고의 忠臣보다 良臣이고 싶습니다 唐태종을 도와 저 유명한 貞觀의治 를 완성시킨 魏徵의 말이다. 충신이란 본래 외롭다. 三族이 절멸될지언정 절개를 굽히지 않을 때 탄생된다. 모든것을 희생한 대신 淸史에 충신 이란 이름석자만을 남기기 일쑤다. 그래서 위징은 이 가혹한 충신의 길보다 훌륭한 임금의 어진 신하로서 나라를 일으켜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자신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良臣의 길 을 택하고 싶다한 것일게다. 위징은 여기서 충신 , 즉 대의명분도 중요하지만 백성을 잘 먹이고 나라를 부하게 하는 경륜 , 다시 말해 현실도 중요함을 새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忠臣의 길 良臣의 길

그러나 우리의 역사에서 경륜보다는 명분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있음이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건국초기 문물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혁, 朝鮮조의 기틀을 잡은 黃喜의 경륜도 死六臣이나 삼학사의 충절 이란 이름의 대의명분 앞에서는 빛이 바래지는게 아니던가. 요즘도 우리는 현실적인 경륜보다는명분에 이끌리는 의식의 연장선상에 여전히 머물고 있음을 한번씩 실감케 되는것이다.

근래 한창 논의되고 있는 역사바로잡기에서도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한 성실한시민의 경험보다는 민주 투쟁을 했다는 대의명분이 勢를 얻고 있음을 보게된다. 6.25전쟁이나 월남戰에서 또는 전방고지 혹한속에서 체제를 지켜 오늘날 번영의 초석을 닦은 이들이 요즘 얼마나 기억되고 있던가. 또 어려운 여건에서자본을 절약하고 기술을 축적해서 황무지와 진배없던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들 또한 얼마나 대접받았던가. 그보다는 이 시대의 대의명분이랄 수 있는 민주투쟁 경력 만이 모든 성실한 시민들의 땀흘린 경험을 뛰어넘어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安定세력 애써 외면

물론 한 시대를 이끌어나갈 지도이념이기도한 대의명분을 존숭하는 것이야말로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민주화 투쟁이란 명분이 가능케 했던 나라 지키기와 경제 일으키기의 장본인들도 함께 응분의 대우를 받아 경험과 명분이 조화를 이루도록해야 마땅한게 아닐까. 그러나 소위 민주개혁의 주도 세력에게 있어 그들은 부패 집단이거나 개혁의 장애 세력으로 척결 대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같다. 가진것이 고통이 되는 시대 라거나 이제야말로 한국 국군의 元年이

라고 발언, 소위 안정희구 세력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개혁 세력의 기본 시각이야말로 현실보다도 민주화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편향된 것이 아닐는지. 정치가 명분을 잃을때 방향 감각을 잃고 타락한다. 반면 현실을 외면한채 명분에지나치게 집착하면 空理空論으로 흐르고 만다.

요즘 우리 정치가 그렇다. 지난 3년동안 그렇게도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어디에도 개혁이 이루어진 듯한 증좌는 보이지 않는다. 부정부패가 발본색원 됐다고믿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통계상 다소 줄었다면 그것은 소나기를 잠시피하는 것일뿐 이라고 대다수가 믿을 것만 같다. 총선을 앞둔 정부 공사가 1/4분기에 집중된 것도, 무소속과 야당후보들이 위협을 느끼는 것도 종전과 별반다를바 없는 것이다. 요란한 개혁 구호속에 우리는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는것만 같다. 개혁은 몇몇 머리 좋은 지도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실 감각있는 지도자를 힘모아 밀어주는 막강한 지지세력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그런데 신한국당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안정희구 세력을 철저히 외면한채 명분론만으로 개혁을 이끌었다. 그래서야 개혁이 될리없는 것이다. 외형상으로도 요즘 신한국당의 개혁의지는 크게 퇴색한 것만 같다. 정당으로서는가장 중요행사인 총선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개혁을 표방하는 정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잣대로 공천했다는 사실부터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여론에 따라 공천했다니 그렇다면 유권자만 원하면 보수 회귀 도 하겠다는 말이 된다.

名分집착 고리끊어야

공천 결과는 개혁의지의 실종을 더욱 분명하게 입증하는 것 같다. 구시대 인물들까지 잔뜩 뽑아 놓은 비빔밥 공천이야말로 개혁은 이제 끝났다 는 선언이나진배없는 것으로만 보인다. 우리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점은 사회 각 분야의 검증받은 경륜 집단이 침묵하는 가운데 민주화란 명분을 앞세운 개혁론자들이 검증받지 않은 경륜으로 정국을 주도하는데서 비롯되는게 아닌지 생각해볼일이다.

〈本社 論說委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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