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이 좋다고 하긴 하는데…. 탈당하자니 그많은 무소속에 묻혀 드러나지도 않을 것 같고. 고민입니다최근 대구에서 출마하려는 한 정당지구당 위원장이 털어놓은 솔직한 심경은 이랬다. 정당에 대한 지역 특유의 불신이 삭아질 기색은 적고, 무소속으로 나가자니 여타 무소속들과의 차별화 전략도 신통찮고 해서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어려움은 정당후보뿐 아니라 무소속에게도 마찬가지다. 무소속 사태(沙汰) 속에서 유독 자신만을 드러낼 묘안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몇년째 계속돼온 대구.경북지역의 무소속 선호현상은 이번 총선에서 절정에 달한 듯 하다. 유례없는 무소속 난립과 무소속연합 정당 이라는 기형조직출현이 그 결정적인 모습이다.
현재 대구 1백명, 경북 1백80명으로 거론되는 출마예상자중 무소속은 대구 60명, 경북 1백10명으로 전체의 60%나 된다. 역대 총선에 비춰 폭증했다고까지말할 수 있다.무소속후보 증가가 큰 특징으로 꼽혔던 14대때만 해도 대구.경북에서 무소속후보비율은 22%였다. 이번 선거 예상치의 1/3수준이었던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의 전국 무소속후보 비율인 14대 21.4%, 13대 10.6%, 12대 6.6%를 함께 비교해보면 이번의 무소속 난립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 수 있다.역설적으로 무소속이 정당후보에 비해 감수해야될 불이익은 눈에 띄게 커졌다.정당후보가 당원교육 당원단합대회 등을 열 수 있는 기간이 30일가량 늘어난게단적인 예이다.
그런데도 무소속 출마가 많은 것은 결정적으로 지역의 무소속 선호에 힘입은것으로 해석된다.각종 여론조사를 봐도 지지정당 없다 는 응답률이 60%를 넘은 반면 각 정당지지율은 10%안팎에 불과한 형편이다.
무소속 난립은 또한 무소속 돌풍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해서 정당 후보들의 긴장이 더하다. 이름올리는 차원을 벗어나 당선권에 진입했다고 자평하는 무소속이 적잖다는 얘기다.40대로 이번에 첫 출사표를 던진 한 출마예상자는 다음 선거에 대비한다거나이름 알리는데 만족할려고 나선게 아니다 고 잘라 말했다.
여당이 이번처럼 무력한 지경에 빠져있기도 드문 만큼 무소속 바람으로 당선을노린다는 얘기다. 정치신인이 진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게 무소속 신진들의 공통된 판단이다.다른 후보와는 다르게 유권자에 다가가려는 전략도 속출하고 있다.무소속연합 정당 이란 초유의 정치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은 차별화전략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또다른 무소속 출마예상자들은 플래카드 벽보 명함 등에 같은 색을 사용하고상호 찬조연설을 하는 연대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학교수 출마예상자들의 연대 모색도 비슷한 예이다.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정당정치에 역행한다거나 지역발전 등에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특히 무당파 국민연합 에 대해서는 정당은 물론 같은 무소속사이에서도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무소속 羅學鎭씨(대구서갑)는 5공세력하 소신없는 주구노릇을 한 사람들의 모임 이라고 무당파 참여인사들의 면면을 비판했다. 민주당 李康哲위원장(대구중구)은 정치적 소신보다는 시류에 영합한 구시대인물들의 잡탕 이라고, 진보정치연합 金基洙대구지부장(대구서을)은 득표만을 위해 정당을 버리고 무소속시류에 영합한 것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무소속 난립은 잠정조정국면의 한 단면으로 점쳐지고 있다. 선거후 정치권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무소속 또한 어떤 형태로든 거대 틀에 흡수될 것이라는 추측이 그것이다.이는 무소속 당선자들이 특정 정당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라기 보다는 정치적공백지역으로 남아있는 대구.경북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에 맞닿아있는 전망이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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