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능과 사마천

이능과 사마천은 중국 한나라 무제때 사람이다. 당시 한의 변방에서는 가을 바람이 불기시작하면흉노족이 창궐하여 수시로 한나라를 괴롭혔다. 이에 기도위라는 신통치 않은 직위를 가진 군인이능은 한무제에게 탄원했다. 소(少)로써 중(衆)을 치겠다 는 명분으로 5천여명의 군대를 이끌고북쪽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 주둔해 있던 노박덕이란 장수, 나이로 치면 이능의 아버지뻘에 해당하는 그는 이능의 휘하가 되는걸 몹시 불쾌하게 생각해서 고의적으로 이능을 모함했다. 무제로부터 출전할 때와는 달리 비겁한 꾀를 부린다는 오해를 산 이능이 어려운 행군을 하다가 드디어 흉노의 우두머리선우의 8만대군과 격전을 치러 패한다. 그리고 이능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자결하지 않고 투항한다.

무제는 처음에는 이능의 패배에 화를 내지 않았다. 대군이 싸워도 참패하는데 일개 지대인 5천의이능 군대로서는 흉노를 이길 수 없다는건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당연히 전사했을 것이라고믿었던 이능이 흉노의 포로가 돼 환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무제는 격노하였고 중신들은 이능의 매국적 행위를 성토했다.

특히 이능이 출정할때 이능의 고군분투를 칭송하고 아첨한 자일수록 강도가 심했다. 이때 천문과역법을 연구하는 하급관리에 불과하던 사마천이 불쑥 나서서 비록 패했더라도 선전했다면 표창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능을 적극 변호하다가 무제의 분노를 사서 궁형을 당한다.이 사실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거나 사마천의 거침없는 자유정신을 옹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읽는다. 어떤 처벌이 내릴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는 인간이스스로 인간이고자 하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위엄없이는 불가능하다. 인간이 한낱 자본주의의 물적 기호로 전락한 오늘 한번 새겨볼만한 고사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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