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맥향화랑' 개관 20주년

"향토 첫 상업화랑 자리매김"목을 조여오듯 어려운 국내 미술시장 여건등으로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문을닫는 화랑들이 늘고있는 상황에서 변함없이 향토미술계의 한 부분을 지탱해온맥향화랑이 이달로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서울의 현대,조선,진화랑과 부산공간화랑과 함께 국내 상업화랑의 1세대로, 대구최초의 상업화랑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맥향화랑은 그동안 180여회의 기획전을 마련해오며 작가와 미술애호가가 만나는 문화공간으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화랑과 미술시장의 부침속에서도 麥香을 한결같이 지켜오며 성년으로 키운대표 金泰樹씨(56)는 취미삼아 그림을 사모으다 주위의 권유로 겁없이 화랑문을 연 것이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다 며 스스로도 실감나지 않는듯 놀라워했다.

유년시절 집에 걸려있던 민화소품에 대한 기억때문에 학창시절부터 국립중앙박물관등을 찾아다니며 고서화 공부에 깊이 빠지기도 했다는 金씨는 한 사건을계기로 고서화에 회의를 느껴 한동안 공부를 그만두다 72년무렵 崔榮林의 서양화작품인 여인초상을 구입하면서부터 그림과 관련한 업을 갖게 됐다 고 지난시절을 회고했다. 이후 金씨는 굳이 외국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불합리한 그림가격등 왜곡된 가격결정구조를 지켜보며 80년대 중반부터 판화를 중심으로한고급미술의 대중화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화랑의역할을 인식,젊은 작가중심의 기획전과 판화등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것이다. 국내외 미술시장 일선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94년부터 한국판화미술진흥회 초대회장직을 맡아 그동안 두차례 서울판화미술제를 기획,유치하는등 열성을 쏟고 있다. 미술시장개방 추세와 함께 국내미술시장도 앞으로 5년내에는나름대로 건전한 방향으로 자리잡아나갈 것이라고 전망한 金씨는 작가와 시대흐름보다 畵商은 뭔가 앞서가야 한다는 의식때문에 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며 정신문화보다 물질문명에 더 매달리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개관기념을 앞두고 어려운 사정때문에 기념전으로 판화전(15~25일)만 마련할 계획이었다는 金씨는 뭔지 속이 허전하다싶어 30년가까이모은 작품들중 개인적으로 사연이 많은 미공개작품들만 골라 맥향과 함께한그림 전을 14일까지 열고 있다. 우리나라 서양화단의 1세대인 高羲東에서부터李志輝까지 작가 42명의 작품 50여점을 시기별로 전시,마치 지난 50-60년간의미술사 한 장면을 보듯해 개관기념전으로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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