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木曜칼럼 世風

"이상한 豫感 - '생성소멸'도 준비필요"

봄은 그냥 오는 것일까. 사계의 순환질서라는 엄격한 우주법칙이 겨울 다음엔 봄, 봄 다음엔 여름을 당위나 필연으로 오게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응달에 잔설이 남아있는 산계곡에 나가 보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다. 봄의소리가 아니라 삼라가 봄을 준비하는 부산함이 소리가 되어 산천에 가득한 것이다. 계절도 이렇게 예비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순서가 지켜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산은 아직 영하의 동장군이 봄이 얼씬거리지도 못할 위엄으로 지키고 있다. 그러나 스치는 바람속엔 훈향이 묻어 있다. 얼음장밑으로 흐르는 생명의 물소리도 봄기운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곧물러날 거야 눈이 불속의 잔디도 푸른 발목을 드러내며 기지개를 켠다. 자작나무숲에도 인간의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린다. 뿌리가 가지쪽으로 물밀어 올리는 영차 영차! 소리들.봄은 남쪽에서 올 것 같지만 사실은 내부에서 온다. 그것도 살갗을 뚫는 아픔을 이기고 온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다. 그게 바로 사물의 원리이다. 눈사태나 둑의 터짐도 내부의 붕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생성과 융합에도, 소멸과 파괴에도 상응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脫北현상 北붕괴 예고

북한은 아직 겨울로 버티고 있다. 체제유지를 위해 눈보라와 강추위, 동원할수 있는 것은 모조리동원한다. 그러나 세월이 귀밑서리를 밀어내지 못하듯 겨울이 오는 봄을 막지 못한다. 북한은 이미 땅거미가 끼기 시작하는 해질녘의 서쪽 언덕에 서 있다.

金正日이 아버지 金日成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낡은 교조주의와 절대빈곤이란 절망적 유산이 전부였다. 거기에다

폐쇄왕조의 바톤 터치 시점이 세계적으로 개방물결이 도도하게 넘치는 때여서 유훈통치 라는 빅카드도 쓸모가 없는 모양이다.

눈속에 피는 매화가 겨울속에서 봄소식을 전하거니와 벌목공과 노동자 이른바 하층계급들이 국경을 넘어 달려와 북한의 무너지는 징조들을 전해 왔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金正日체제하의 장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어버린 엘리트계층의 연쇄 탈출 망명은 위기의 차원을 넘어선그 무엇으로 설명될 수 밖에 없다.

한 국가의 엘리트관리는 존폐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엘리트에게 꿈과 희망을 줄수 없고 복종과 충성을 지속시킬 수 있는 권위가 없다면 그것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국가라 할지라도 셔터를내릴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부패한 절대권력은 반드시 무너진다 는 말은 정당하다. 이 사례는舊 소련에서 보았고 동구라파 공산국가에서 확인했다. 지금 북한이란 협궤열차는 전혀 탈선할 기미없이 이 궤도를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흔히 북한은 한반도 상공위를 날고 있는 기름떨어지고 고장난 비행기로 비유되고 있다. 美CIA도북한체제는 쉽게 무너질것 같지 않다 는 기존 인식을 뒤집어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본도 對北관계개선의 속도를 늦추면서 엘리트계층의 탈북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내부 붕괴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북한이 아직은 겨울인것 같지만 지각을 뚫는 봄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일 통일에서 보았듯이 통일은 어느 누가 주체가되어 하는 것 이 아니고 예측하지 못하는 사이에 갑자기 닥쳐오는 것 일 수도 있다.갑자기 찾아오는 統一

동독사정에 가장 정통했던 빌리 브란트 前서독총리도 독일 통일 10일전까지 통일전망에 대해 불가능 이라 대답했다. 그러나 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고 그 자리에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셸리의 말대로 겨울 다음에 이어오는 봄도 하잘것 없는 초목과 곤충들이, 이름을 알수없는 길짐승과 날질승들이 준비하는 가운데 찾아온다. 통일을 오색무지개쯤으로 바라보는 시기는 지났다.북한을 생각할때마다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든다. 북한을 맞을 봄채비를 서두를때다.

〈本社 論說委員〉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