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景氣양극화 부추긴다

"서구화 고급화...대형업체 '호황' - 재래시장,영세기업 '불황허덕'"

지난해 우리경제는 9%가 넘는 고성장 속에 지속적인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경기양극화라는 달갑지 않은 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이로 인해 서비스업, 건설업 등 내수업체를 중심으로 체감경기는 오히려 불황쪽에 가까웠다.이를 잘 말해주는 것이 부도업체수에서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 부도업체 가운데 서비스업과 건설업체의 비중은 지난 93년에 각각 56.4%와 11.9%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59.5%와12.5%로 높아졌다. 반면 제조업체의 비중은 30.1%에서 25.4%로 낮아졌다.

이같은 내수경기 악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민간소비의 감소를 들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수치는 정반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93년 5.7%, 94년 7.6%, 95년 8.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도시근로자의 소비지출 증가율 역시 93년 9.3%, 94년 12.9%, 95년 11.2%로 증가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경기양극화를 불러온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재정경제원은 소비패턴의 변화로 설명한다. 즉 소비구조가 최근 몇년사이 고급화, 서구화, 편의위주로 급속히 바뀌면서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는 호황을 누린 반면 중소기업이나 영세 유통업체, 재래시장 등은 불황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우선 규모별 유통업체의 매출증가율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백화점의 매출규모는 12조1천억원으로 94년 10조원보다 21%나 증가한 반면 슈퍼마켓은 3조5천억원에서 3조8천억원으로 8.6%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 프라이스클럽 등 최근 몇년사이 급격히 늘고 있는 대형할인매장의 출현도 유통업계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프라이스클럽의 경우 지난해 1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연매출액 1억2천정도인 주택가 소형 소매업체 1천개의 매출액을 넘어섰다.

또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판매고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술 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위스키 등 고급술은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탁주는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으며 소주와 맥주는 줄거나 증가율이 낮아 이를 취급하는 업소의 경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소의 경우도 식습관의 고급화로 현대식.서구식 대규모 식당이나 프렌차이즈점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롯데리아, KFC, 피자헛 등 8대 패스트푸드 업체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4천6백65억원으로 지난 94년보다 무려 62.7%(1천9백79억원)나 증가한 것은 이같은 추세를 잘반영해주고 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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