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우리가 잃어버린것들

봄볕이 따스한 어느 오후에, 계단 밑에서 우연히 두 마리 개미의 경주를 구경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한 마리는 죽을 힘을 다해-어디가 결승점인지, 왜 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를 것이 분명한데-달려가고 있었고 다른 한마리는 계단 모서리, 모서리마다 인사를 해가며 물리적 거리 따위는 연연해 하지 않는 초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 두마리의 개미중 성실히 앞만 보며 달리는 개미의 모습은 마치 우리를 닮지 않았는가경제 개발 제일주의 원칙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문화와 철학의 부재속에서 이에 따른 무수한 부작용들을 경험하게 될 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렇게 기웃거릴 수 있는 개미의 태도가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경제 개발과 함께 나날이 발전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시간과 노력이라는 과정의 생략을 주었는데,이렇게 경과라는 시간성이 사장되고 결과만을 추상해 낸다면 인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의식은황폐해지기 마련이다.

개미들의 결승점은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가.

경제 개발이라는 제1가치는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가.

한 부문에만 집중되는 인위적인 가치의 결집은 자연적인 인간의 생활을 억압하는 것이고, 억압받는 인간의 생활은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지 못한다. 그냥 생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잘 살기 위한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이제라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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