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밭 현장에서

시내버스를 가득 메운 손님들은 모두 유세장으로 가는 청중들이었다. 버스기사까지 가세한 후보에대한 인물평은 벌써 마음속의 선택을 내비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50대의 걸걸하게 보이는한 아주머니는 있는 사람 돈 좀 쓰게 내버려 두지… 하면서 금권타락을 경계하는 선거법을 원망했다. 그러나 합동유세장 입구에 들어서자 같은 색깔의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가고 무궁화배지를 단 한 지방의원이 이들에게 다가가 모자만 보고 우리식군줄알겠습니다. 인사드립니다 라고 말을 건넸다. 15대 總選의 마지막 주말 합동유세가 벌어진 大邱壽城乙구 7일 정화여고 유세장의 오후1시 무렵의 정경이었다.

그렇듯 이날 학교운동장은 동원청중이 압도적으로 돈냄새를 물씬 풍기는 것 같았다. 청중석에는초록색챙 달린 모자가 판을 치다가 하늘색챙 모자로 바뀌고 그러다 또 신문지고깔을 쓴 청중이우글거린다. 이들은 후보의 차례가 바뀜에따라 그 후보가 다른후보의 연설도 끝까지 경청해달라는 예의용 주문에도 아랑곳 없이 밀물같이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들은選管委측의 제지에도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청중의 모습에서 어느 후보가 돈을 많이 뿌렸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었던 반면 일반 청중의 수가 적은 데선 우리 정치의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쾌한 연설엔 박수

그러나 유세는 정말 큰 말의 잔치였다. 동원청중도 자기편이 아닌 후보의 통쾌한 언변엔 박수를칠 수밖에 없었다. 박수마저 돈에 팔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어떤 후보는 남이 써준 원고를 읽었는지 모를 일이나 대체로 과거 總選유세장보다 한단계 더 세련된 것 같았고 자기입장과 자기목소리를 충실히 보여주었다.

9명이 출마한 이 선거구는 정당별로, 세대별로, 경력별로 뚜렷이 구분되는 유세내용을 보여줬다.신한국당의 윤영탁, 국민회의의 양현석, 민주당의 정상태, 자민련의 박구일, 무당파연합의 이치호등 5명의 후보가 정당공천이었고 김시립, 김중태, 남칠우, 박상필등 4명의 후보가 무소속이었다.유세에선 정당후보끼리의 비판공격, 무소속과 정당후보의 대결, 기성정치인과 신인의 공방등이 주조. 거기에다 30대초반서 60대까지의 세대차가 정치에 대한 감각차이를 느끼게 했다.유세의 쟁점은 단연 金泳三정부의 실정이 으뜸을 차지했고 그 다음이 金鍾泌, 金大中씨의 약점공격, 그리고 지역문제로선 TK자존심논쟁이었다. 그리고 한결같은 공약은 대구의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고 정치적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일부후보는 비장의 무기인듯 폭로와 이색적 지역감정선동으로 청중의 판단을 혼돈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지역정서 선동

현정부 비정의 가장 빈도높은 공격대상은 장학로전비서관 부정축재, 그 다음이 중소기업도산, 물가상승, 對北문제등이었고 거기에 TK푸대접이 끼어들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신한국당의 尹후보는 대체로 아무런 변명이 없었고 TK푸대접에 대해서만은 이 지역의 지난 정권시절 권세를 누렸던 기성정치권(대부분 자민련후보)에 책임을 물었다. 그다음 공격대상은 자민련의 金鍾泌총재로독도문제. 그중 김중태후보(무)는 자신이 韓日굴욕회담반대의 선봉장이었던 전력을 내세우면서민족의 피를 팔아먹고 6천6백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아먹었다 고 맹공했다.

지역감정과 관련, TK자존심회복문제는 서로가 맡겠다고 주장하고 상대후보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지역 유권자입장에선 과거 여당정치인들의 TK자존심회복 발언에 대해선 배리감을 갖지 않을수 없었다. 더욱이 일부후보는 자민련후보를 찍어주면 좋아할 사람은 金大中씨밖에 없다 고 지역정서를 선동했다. 그리고 폭로발언으로 李致浩후보가 삼성상용차공장대구설치가선거용에 불과하다며 선거후 백지화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선거전에 관계당국의빠른 확인이 있어야 수습될 것같다. 어쨌든 합동유세는 모든문제가 성역없이 비판되고 후보판단의 좋은 자료가 제공되는 선거의 꽃이었다.

〈本社論說主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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