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한다. 그것은 대표자를 뽑는 선거라는 절차속에서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원리가 비로소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우리의 선거에서는 국민과 유권자가 주인이 아니라 정치인과 입후보자들의 상품 강매에 시달리는 푼돈의 고객일 뿐이었다. 정치판 이니 선거판 이니 하는 말에서처럼 윤리나 도의도 없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량품이라도 표만 얻고 팔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곧 선거요 정치인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유권자들은 믿을만한 상품 이나 괜찮은 상품 을 찾아보지만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물난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도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를 알 길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선거가 마치 물건은 보지도 못한채 구입해야 하는 통신구매와 같은 데다가, 흠이 있어 반품하려 해도 그들이 만들은 놓은 법제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하게 하는 불공정거래가 이루어지고있다. 더구나 물건의 성능이나 애프터 서비스에 관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사달라고만 졸라대는데다가, 어쨌거나 날짜가 되어 안사면 상품권만 날리는 셈이 되어 안 살 수도 없으니 정말 딱한 노릇이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해 보지만 4년 뒤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뿐이다.유권자에 대한 강매행위는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라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의 제정으로 돈은 묶고 입은 푼다 고는 하지만, 문제는 풀려진 입이 입후보자들만의 입이고 유권자의 입이 아니라는점이다. 현대 민주정치가 여론의 정치라고 한다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유권자의 자유로운 입이어야 할 것이며 언론과 시민단체가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의 입만 활짝 열려있고 시민단체들은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게 하고 있어 공명선거 캠페인이나 권한도 없는 선거감시활동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언론들은 벌어지는 행사 위주의 상황묘사에 급급하거나 세몰이를 기준으로 선거결과를 누가 먼저 점치는가 하는 경쟁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고 보면 인원동원을 위한 행사비용이 돈선거판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 되고 있다. 어디에서도 유권자를 민주정치에서의 주인으로 모시는 자는 없는 셈이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무조건 손붙잡고 한표 부탁한다고 하고 엎드려 절하면서 자기에게 찍어달라고 하는 것은 우리 유권자들을 모독하는 것이며, 돈으로 표를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철저히 후보자격을 박탈당해야 한다. 이전에는 그나마 국회의원이 되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무엇을 하겠노라는 거창한 포부라도 내세웠었는데 지금은 지방자치시대인데도, 주로 그 지역에무엇을 만들어 주겠다는 등의 떡주는 얘기들로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으면서도 시민단체의 질의에 대한 응답이나 언론에서의 공개토론은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가 없어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무조건 누구를 지지하느냐를묻는 여론조사를 하여 판세분석에 몰두하면서 부동층이 많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각후보자가 그동안 무얼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정치철학이나 이념과 정치노선이 어떠한지,공약을 얼마나 실천하였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언론기관이 먼저 정리하여 유권자에게 제공하는것이 언론기관이 해야할 가장 시급한 서비스가 아닐까. 선거홍보물에 나온 몇줄의 경력이나 공약으로 그 사람을 어찌 알 수 있을 것이며, 합동연설회에서의 자기 선전과 타인 비판만으로 어떻게진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흑색선전이 난무할 수 있는 배경이 거기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위해서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에 의한 공개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이번 제15대 총선거는 현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차기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란 의미도 있지만그것은 정치인들의 관점이고, 국민의 입장에서 볼때에는 그동안 왜곡되어온 우리 정치사의 일대전환기적인 고비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극성을 부리고 있는 지역분열상을 극복하고 진정한국가의 장래와 민주화의 기초를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성공은 정치와 선거의 주인인유권자가 스스로 주인다워야 하고 주인행세를 하고자 나설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다시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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