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의 오판과 남한의 오판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 평양에 머물렀던 어느 중국고급관리가 지난달 한국에 와서 이런 말을 했다.

김주석의 장례식때 운구가 지나가는 개선문 길바닥에 몰려나와있던 인민들이 어버이 수령이 가 시는 길에 흙이 묻어서는 안된다며 돌바닥을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어린 학생들 중에는 양쪽 도로 의 가로수위에 올라가 나뭇잎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며 운구위로 티끌도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광 신적인 추종모습과 김일성의 카리스마에 정말 크게 놀랐다.

그 광경을 보면서 북한의 지도체제는 당분간 절대 붕괴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을 갖게됐다. 김정 일은 아직 실각하지 않는다. 군부장악 실패 짐작은 오판이다.

최근 판문점에서의 북한군 무력시위를 두고 직접 북한을 방문하거나 접촉하고 있는 인사들과 정 보만으로 정세를 판단하는 한국의 군부나 고위 관리층의 시각과 반응에는 꽤나 거리가 있어보인 다. 제3자인 미국의 백악관도 한반도에 교전 징후는 없다 고 말한다. 군장악은 못한듯 하다 는 한국의 장관이나 군사분계선 침범시 사살하라 는 국군지휘부의 판단 이나 반응과는 감(感)이 다른것이다.

이렇게되면 도대체 어떻게 돼갈것이냐는 불안과 궁금증이 더해지는쪽은 직접적인 정보나 판단소 재가 없는 국민들이다. 정말 전쟁이라도 터지는 것이냐 아니면 그저 북미협정을 놓고 한번쯤 꿈 틀거려 보이는 전략적 움직임이냐. 그리고 누구의 판단이 더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것이냐. 마치 4 백여년전 임진왜란때 일본 통신사들의 엇갈린 예, 아니오보다도 더 오리무중 캄캄하게 느껴지는 예측의 안개속에 갇혀있는 꼴이다.

조기경보기와 U-2기에다 첩보위성까지 떠 있는 세상인데도 지척에 있는 국가규모의 적대집단 속 셈하나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것은 또 무슨 황당함인가.

지금 이런상황에서 우리가 정작 경계해야할 위험한 요소는 북한측의 섣부른 오판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실익없는 과잉반응, 그리고 혹 있을지모를 주변국가들의 음모나 속셈을 꿰뚫어보지 못하 는 우둔함 같은것들이다.

어느 인사는 이런 경계적인 시각을 토로했다. 지금 미국등은 과연 어느만큼 남북한의 평화적 통 일과 부강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을것인가. 러시아, 일본, 중국은 제쳐두고라도 쿠바든 이라크든 월맹이든 도전하면 철저히 성조기에 피를 뿌려가며 깨뜨리고 응징해온 미국이 왜 북한은 협상대 상으로 두는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원산이나 청진 정도에 군사교두 보를 얻어낼수만 있다면 그 어떤 협상이라도 벌일수 있는 입장에 있다. 나아가 중국, 소련과의 육 상접경 지대에 군사교두보를 마련할수 있다면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통제력은 무소불위의 전략 적가치를 지니게된다.

21세기의 라이벌이될 중국과 러시아에 진군하려면 현재로서는 항모에서 발진한 해군력과 미사일 밖에 없다. 실제적인 육상병력을 상륙시키려면 적어도 50만명 이상 희생돼야 가능한 것이 현대전 (戰)이다. 그런 가설이 만일 맞다면 판문점시위도 미국으로서는 속으로는 신바람나는 일이될 수 있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벌이면 먹고살만하게된 한국으로서는 일단 불안해하게 되고 미국에 안보공조 (共助)의 손길을 뻗어올것이니까 아니 벌써 공조자세에 들어가고 사살운운하는 예민한 반응을 보 이고 있다. 그렇게되면 클린턴으로서는 16일 제주도에 날아와서 DMZ 불안을 핑계로 값비싼 조기 경보기나 잠수함 미사일을 더 사도록 등두드리며 미소만 던지면 되는것이다. 경수로 부담금에서 도 유사한 안보 분위기에 밀려 큰 바가지는 한국이 썼다. 그리고도 북한과는 계속 협상테이블을 치우지 않는다.

말썽많고 저항 심한 오끼나와나 중국의 신경을 건드려야하는 부담많은 대만대신 원산이나 청진쯤 으로 교두보를 바꿀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환상적인 상황이 된다. 북한은 북한대로 거지가된 러 시아나 제살기 바빠진 중국보다는 미국의 경제력으로 일어서면서 동시에 남한을 견제한다. 물론 미국과 협상하면 전쟁을 치러야할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는 대북협상을 트집잡아 미국과 등을 돌릴수도없는 남한은 전시작전권도 없는 군사력으로야 울며 겨자먹기로 돈 이나 내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

비약된 가설로도 보이지만 판문점 무력시위 뒤에 숨어 있을수 있는 그러한 제3국가들의 노림수도 함께 살피고 경계하면서 임진왜란같은 오판이나 또 그반대의 오판으로 군비덤터기나 쓰는 불이익 을 막기위해 온국민의 지혜를 모으자는 경계의 의미로는 충분히 참고해도 좋은 견해다. 우리에겐 평화와 민족공영의 행복이 필요하다. 역사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진리를 수없이 깨우쳐 왔음을 오판하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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