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론조사오차 왜 생겼나

"안개 표심(票心)을 넘어선 숨바꼭질 민의"

이번 총선을 치른 각 정당, 후보들과 각종 여론조사기관들이 한결같이 토로한 어려움은 이랬다.도대체 유권자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다.방송 4사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와 투표자조사 결과도 실제 투표결과를 예측케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당선가능하다는 후보가 투표함을 열자마자 곤두박질한 예도 적잖았다.특히 대구.경북지역에 이같은 난맥상이 심각하게 벌어졌다.

당초 신한국당 6석, 자민련 4석, 무소속 3석 분포라고 보도됐던 대구 13개 선거구 예측조사는 실제의 신한국당 2석, 자민련 8석, 무소속 3석분포와는 크게 달랐다.

경북은 그 정도가 심해서 무소속 1석을 제외한 18석 모두를 신한국당 후보가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됐으나 결과는 신한국당 11석, 무소속 5석, 자민련 2석, 민주당 1석 분포였다.지난해 6.27 지방선거에서 1백% 맞췄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와는 크게 동떨어진 정확도였다.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예측 보도가 1위 득표예정자를 중심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표본오차를 감안해야 했으며 경합지역이 많아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자체가 갖는 이같은 한계보다는 두터운 부동층을 형성하고서 좀체 내심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권자, 특히 대구·경북 유권자 특유의 민심향방이 결과예측을 어렵게 만든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여론조사기관들이 축적해온 과학적 정확성을 감안해볼 때 조사기관들의 능력부족 탓으로 보기에는 석연치않다는 것. 오히려 응답자들이 고의든 아니든 진정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때문이라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투표자 조사에서도 민심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투표전에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어떻게 제대로 조사가 이뤄졌겠느냐는 얘기다.

여론조사가 던져준 낭패감은 물론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가장 심했던게 사실이다. 그 단적인 실례가 개표결과 참패한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연구소장 출신 모 후보. 등록전후를 통해 여러차례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선을 강력기대했으나 실제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를 통해 실제 투표행태를 예측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짐작케한 경우다.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이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여론조사와 이를 빙자한 선거운동이 유난히 잦았고 이에 짜증난 응답자의 장난성 응답이 늘었다, 막판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못한부동층이 두터웠다, 방송4사의 투표자 조사가 투표구에서 많이 벗어난만큼 응답자의 진실성이 떨어졌다, 특히 대구 유권자들이 막판까지 마음을 내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선거투표의 예측률을 높이기위한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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