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1레이더-취재기자방담

"TK정서 한쪽에 기울지 않았다."

-대구.경북선거는 자민련의 약진을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들수 있습니다. 대구에서만해도 13곳중 8군데에서 당선돼 자민련 바람 이 거셌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자민련의 당초 목표도8~10개지역 당선이었습니다.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한 경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대구의 선거는 자민련 바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민련 당선자중에는 당초 전혀 예측을 불허했던 후보도 있으며 단지자민련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선전을 한예도 많습니다.

-자민련 바람에 대해 견해가 다릅니다. 문민정부들어 광범위하게 대구지역을 뒤덮은 반YS정서로방황하던 표심들이 결국 궁여지책의 심정으로 자민련을 찾은 것이지 자민련의 이념 또는 정강정책을 찬성해 지지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자민련이 바람을 일으켰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경북을보면 알수 있습니다.

-신한국당도 선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초 신한국당은 대구.경북의 분위기를 감안해 대구는 1내지2석, 경북은 7내지 8석정도를 봤던것 아닙니까. 대구에서는 2석을 건지는데 그쳤지만 경북에서는 19석중 과반수가 넘는 11석까지 끌어올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개표상황을 지켜본 신한국당 지도부는 내심 큰 기대를 걸었던 모양입니다. 개표당일 오전까지만해도 중앙당의 자체 여론조사를 토대로 15~16석정도까지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11일오후 8시40분쯤 신한국당 경북도지부에 들렀던 金潤煥대표도 밤 10시쯤 일찌감치 자리를 떠 버린것을 볼때 기대치를 높였던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신한국당의 선전은 사실입니다. 경북의 경우에는 金潤煥대표가 지역구에 상주하면서 소속후보들을 진두지휘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李萬燮고문이 이만섭신드롬 을 일으키면서 자민련 바람을 미리 차단한 것도 신한국당 선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대구의 반신한국당 분위기를 틈타 TK당을 자임하며 한병채전헌법재판관, 이치호전의원등의 주도로 창당한 무당파국민연합은 대구,경북에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했지요. 그냥 무소속으로 출마했더라면 선전했을 인사들이 공연히 당세 비교를 자초하는 이름도 이상한 무당파를 만들어 이를 해명하는데 전력을 낭비하고 만 꼴이지요. 결국 무당파는 소멸하고 말 운명에 처하고 말았지요.-이번선거를 통해 5,6공인사들중 상당수가 퇴장을 한 셈입니다. 문민정부 사정과 역사바로세우기과정에서 물러났던 인사들이 재등장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를놓고 신한국당은 대구의민심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해야 할지 다시한번 의아해 하는 심정입니다.

-이번 선거결과 이색당선자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안동을의 權五乙당선자는 원내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민주당후보로 재선의원인 金吉弘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안동에서도 큰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慶州의 林鎭出후보의 당선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번 선거는 막판까지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혼미를 거듭했습니다. 반신한국당 정서와 반YS정서가 상존하는 것은 감지됐지만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달랐습니다. 우리 여론조사방법을 재고해야될 것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개방적인 서양사람들과는 달리 아직까지 우리유권자들은 전화여론조사에서 자기의사를 분명히 밝히지않습니다. 언론사와 각종 여론조사기관도 이부분에 가장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집권당의 선거양태도 많이 변했습니다. 지방자치제 실시후 여권프리미엄이 사라진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일부야당과 무소속후보들은 과거 여당운동식으로 선거운동이 진행됐다면 출마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표를 모으기 위해서 이념도, 철학도, 소신도 모두 내팽개친 후보가 없지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몇년간 지켜온 정당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무소속으로, 혹은 아예 다른 정당으로 가버린정치인이 속출했습니다. 대학생때 학생운동한 경력을 자랑스레 내세우던 후보가 막상 유세때는과거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듣는 이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는 그어느때보다 정치신인이 대거 출마했지만 일부는 함량미달이라고 하지않을 수없습니다. 세대교체를 외치고 나섰지만 교체해야할 기존세대보다 도덕적으로, 또 능력면에서 더낫다고 하기 힘든 이가 적잖았습니다.

-교묘한 방법의 불법선거운동도 성행했습니다. 각후보들은 자원봉사자를 가장한 유급운동원들을공공연하게 가동했으며 유령서신을 발송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길목마다 어깨띠를 두르고 후보의 명함형인쇄물을 돌리는 사람이나 전화홍보에 나선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유급선거운동원들로 채워졌습니다.

-로고송의 무차별 방송도 선관위의 제지가 못미치자 유권자들을 괴롭혔습니다. 로고송은 사실상선거법에서 불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거의 전후보가 사용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선거운동과정에서 신기한 일도 많았습니다. 육군대장출신으로 국방장관까지 지낸 대구 동갑의무소속 李鍾九후보는 처음에 대구에 내려왔을때만해도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를 할때면 허리를 굽히지를 못했습니다. 결국 선거운동 막바지에 들어가 표가 다급해지자 李후보의 허리가 90도로 굽혀지는데서 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 최고령후보인 申鎭旭후보의 눈물도 애처롭기까지 했습니다. 노욕으로 비쳐지기도 했지만아침마다 등산과 수영으로 다져진 자신의 체력을 과시하면서 마지막 봉사를 주장, 눈물로 지지를호소할때는 주변을 애처롭게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중에 하나가 선거구문제입니다. 여야정치인의 이해관계에따라 선거구가 제멋대로 합치거나 분구가 되는 바람에 지역주민들은 물론 후보자들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갑자기 합구가 된 선거구에서는 소지역대결양상까지 보여 누가 당선되든 선거후유증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선거법중에 현역의원 위주로 된 선거법도 반드시 개정돼야 합니다. 현역의원들은 선거운동기간중에도 의정보고회라는 형태로 무제한적인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비해 원외와 무소속인사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때문에 후보자들의 사전선거운동이 교묘한 형태로 전개돼 불법선거운동을 부추킨 측면도 있습니다. 일부무소속후보들의 헌법소원도 이같은 맹점에 따른 것으로선거법의 손질때 이문제가 반드시 제기돼야 합니다.

-본격 선거운동이 개시되기 전까지 무소속 출마자가 받은 불이익은 분명합니다. 1백m 달리기로치면 무소속은 정당후보보다 50m는 뒤처진 선에서 출발한 것과 같았습니다.

-공기업의 선거운동개입도 문제입니다. 문경.예천의 경우 포철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문경전문대에 장학금명목으로 20억을 내놓는 바람에 선거개입이 아니냐며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포항에서도 특정후보의 지원을 위해 포철이 대책본부를 만들었다는 소문 때문에 포철과 포항시민들간에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지경입니다. 특정후보에 알아서 기는 공기업도 문제지만 경영이나인사에 정부측 눈치를 보지않을 수없는 공기업의 약점을 이용하는 후보들의 못된 버릇도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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