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돈으로 살 수 없어
참으로 부끄럽고 송구스런 일이다. 두어달 전에 아름다운 사람들 이란 제목으로 외국 대통령들의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대통령들이 이번에는 더 멋지고 신나는 이야기를 속편으로 만들어 진실을 갈구하는 이 시대에 헌납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들은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 이란 평이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들만 들려주고 있다.
꽃을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그 속에는 존경 이 스며있다. 상당한 의미 가 있다. 꽃이 꽃으로 불리지 못하면 풀보다 못하다. 벌레먹은 꽃 버림받은 꽃 의 개념도 이와 같다. 풀은 누가풀이라고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그냥 풀일수 있지만 꽃은 다르다.
대통령이 존경의 의미가 빠진 씨 로 불리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존경은 돈으로 살수 없음에 어쩌랴. 불법 실명전환한 현찰로 살 수 없고 경북능금 상자속의 깔깔이로도 신뢰는 획득할 수 없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야기를 카메라의 콘트라스트기법으로 설명치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부끄럽고 송구스럽단 말로 서두를 뗀 것이다.
진실의 참뜻을 진실로 알고 있는 바츨라프 하벨체코대통령(60). 그는 공산정권치하에서 박해받았던 반체제인사였으며 행동하는 지식인 의 표상이었다. 그는 최근 조상으로 부터 물려받은 프라하일대의 부동산 수백만달러 상당을 몽땅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그 부동산은 공산정권에몰수됐다가 정권 붕괴 이후 되찾은 것이다. 가치로 따지면 대선자금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金泳三대통령이 공직자로서 공식 등록한 24억8천2백만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못미치는 액수이리라.응달에 햇살씨앗 뿌려
하벨은 혁명동지였던 아내 올가가 오랜 투병끝에 지난 1월말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전재산을 신탁기금에 쾌척키로 한 것이다. 나는 백만장자처럼 흥청망청 돈쓰는데 관심이 없고 슬하에 자녀도 없으며 또 내가 영원히 죽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하벨은 이 기금의 명칭만은 자신과 올가의 이름을 붙인다는 작은 욕심을 내비쳤다.
혁명투사에서 퍼스트 레이디로 변신한 올가는 창고속의 돈감추기와 제2금융을 통한 돈놀이에는관심이 없었다. 불우이웃과 장애자등 음지를 보살피는데 헌신,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하벨도 대통령의 월급 10만코루나(3백30만원)를 반드시 쓸곳에만 쓰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했다.지난 한해동안에도 1억3천만원을 응달진 곳에 햇살의 씨앗으로 뿌렸다. 친인척관리에 쓰지 않았다. 정치인과 언론인에게 떡값으로 나눠주지 않았다. 자녀의 아파트구입 자금으로는 더더욱 사용하지 않았다.
하벨은 퇴임후 생계대책을 묻는 질문에 일정한 수입이 없어 어렵겠지만 회고록을 집필한후 문필활동을 계속하면 생활비는 벌지 않겠소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우리 검찰이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全斗煥씨의 71억5천만원과 盧泰愚씨의 76억원을 불법 실명전환해준 금융기관간부등 6명을 구속했을때 폴란드 하원은 레흐 바웬사 전대통령에게 매월 1천6백34달러(1백25만원)를 평생 지급키로 결정했다. 바웬사는 大選에 패배한후 정부로 부터 연금지급을거부당해 생활고를 겪었으며 생활비마련을 위해 옛 직장인 그단스크조선소의 전기공으로 복직했었다.
능금상자에 숨겼다면…
그가 만약 재임중에 한국으로 부터 빈능금상자 몇개라도 수입하여 어느 시멘트회사 창고속에 뭉칫돈을 좀 숨겨두었더라면 노동에의 복귀 는 면하지 않았을까. 그도 사람인지라 첫 출근은 20분늦게 지각출근을 했다니 얼마나 인간적인가.
다행하게도 연금지급 결정으로 바웬사는 조선소를 떠났다. 그가 한달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의 액수는 불과 20만3천원 정도였다. 영부인들의 하루 용돈에도 못미치는 돈이다. 눈물나는 일이다.우리도 퇴임후 일정한 수입이 없어 생계를 걱정하는 대통령을 가져 봤으면. 생활고 때문에 날품을 팔고 싶어하거나 원고를 쓰는 그런 대통령을 갖고 싶다. 역사는 그걸 허락하지 않겠지만.〈本社 論說委員 具 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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