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도로순찰대 24時

고속도로의 제왕 으로 불리는 고속도로순찰대가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대원들의 격무와 교통장비 부족으로 경찰관들이 가기를 꺼리는 근무기피지로 변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내 경부 구마 중앙고속도로 2백78.22㎞를 책임지고 있는 경북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3지구대(대장 이상탁).

내일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차량과의 전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12월 고순대장에 부임, 5개월째를 맡고 있는 이대장에겐 휴일이 따로 없다.

그동안 단하루도 집에서 편히 쉬어본날이 없다는 이대장은 도내 일선경찰서에서 자원한 교통분야최정예 요원 66명으로 구성된 고순대의 현장지휘를 책임지고 있다.

직원들이 격일제로 24시간 철야근무를 하기 때문에 모두들 가정을 돌볼 겨를이 없을 겁니다 23일 오후3시, 대원들의 근무순찰에 나선 이대장은 고순대사무실이 있는 서대구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서 반대편 차선 중앙고속도 0㎞지점에서 발생한 승용차 접촉사고를 목격, 곧바로 무전망으로구간담당대원에게 사고를 통보하고 칠곡 IC에서 차를 돌려 현장으로 달려간다.그러나 경부,중앙고속도의 6개차선이 2개로 좁아지는 서대구IC는 대표적인 상습정체구간.차량행렬이 갓길까지 가득차 사고현장으로의 진입은 수월찮다.

수차례의 경고방송끝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화원담당 순찰차(구마 0~13㎞,중앙 0~5㎞)는 체증으로아직 구마로에 위치해 있었다.

이대장은 직접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승용차 운전자들의 의견을 듣고 지체없이 차량을 갓길로 유도, 사고를 수습하고 다시 순찰구역인 경부선하행선 북대구로 차의 방향을 돌렸다.경부고속도 북대구에서 경산IC까지의 21㎞는 경산구간(2백94~3백17㎞) 순찰차가 맡고 있다.이날 구간담당자인 전차호경장은 경산IC를 빠져 나와 진입로에서 발생한 트레일러와 화물차의 접촉사고를 처리하고 있었다.

대구를 오가는 시민들의 출퇴근길인 이 구간에서는 접촉사고가 하루에도 4,5차례 발생합니다전경장은 사소한 접촉사고는 사고축에 끼지도 못한다며 사고를 당한 상당수 시민들의 목숨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근무에 나서고 있다 고 의욕을 보였다.다시 영천방면으로 접어들자 도로변에는 고장난 차량을 고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이대장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고속도로가 사고요인으로 가득차 있음을 알게 된다며 고장차량이 1㎞에 한대씩 정차해 있을 만큼 차량의 운행전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운전자들의무관심을 지적했다.

경산~영천IC를 잇는 평사구간(3백17~3백31㎞ )에서는 과속차량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었다. 순찰조인 박수용경장과 김만식경장이 속도측정기로 과속차량을 확인,정지신호를 보냈으나 단속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김경장은 달아나는 차를 추적하다보면 오히려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높은데다 무리한 단속으로대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실상 과속차량에 대한 단속은 무의미하다 고 밝혔다.

과속등 불법운행 차량에 대한 단속은 이제 전자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박경장은 무인속도측정기등 전자화된 교통장비가 증설돼 고순대원들이 단속업무에서 벗어나 사고처리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순대 제3지구대 구역에는 무인속도측정기가 한대밖에 설치돼 있지 않는등 교통장비가 원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대장은 올들어 과속차량을 단속하던 대원 2명이 뺑소니차량에 치여 부상을 당해대원들에게 무리한 단속을 피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대원들이 사고차량에 대한 뒷수습과 단속업무를 하다 보면 금새 어둠이 깔려온다.오후6시, 대원들이 부근 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려 하지만 잠시뿐이다.고순대원들의 야간업무는 더욱 고달프다.

4월말, 아직 차갑기만 한 밤기온을 뚫고 중앙고속도 금호구간을 맡고 있는 하영범경장과 한병희순경은 순찰차에 올라 탔다.

안동가는 길의 금호터널 입구, 지난달 초순 이곳에서는 승용차가 터널입구 방벽을 들이받으면서차에 타고 있던 10대 3명이 그자리서 숨졌다.

하경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가 일어날 지점이 아닌데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한것 같다 며 사고당시의 참혹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밤 10시가 지나면서 고속도로는 화물차량의 주차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갓길 틈새를 찾아 자리잡은 화물차를 향해 대원들이 주차장소가 아니다 고 경고방송을 하지만이미 운전자들은 잠이 든 상태인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순대원들도 이들이 쉴수 있는 휴게소등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정을 감안, 화물차에 대한 단속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장은 안전시설물 확대 ,휴게소 증설등 고속도로에서 개선돼야 할 환경요인은 비일비재하다며도로공사본부에서 각지부에 충분한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복과 백차(순찰차)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됐던 고순대.그러나 지금 고순대원들은 상습적인 체증과 폭증하는 교통사고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속도로상에서 지켜본 대원들의 모습에는 숱한 어려움이 배어 있었지만 본분에 충실하려는 강한의지가 엿보였다.

박수용경장은 24시간 근무후 집에 들어가면 잠자기에 바쁘다 며 생활리듬이 깨져 건강에도 좋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식구들이 진저리를 낸다 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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