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는 법안수가 적지않은 것으로 집계됨으로써 정작 입법기관인 국회가 본연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생활 편의도모와 공공복리 증진차원에서 당연히 입법됐어야 할 법안이 與野간의 이해상충등의 이유로 계류중 자동폐기되거나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한 법률조항조차도 고쳐지지 않고 수년동안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원들의 입법 및 예.결산심의를 전문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설치된 국회 법제예산실에 따르면 14代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모두 9백2건이었으나 이중 15.4%에 이르는 1백39건이 與野간의 미합의등 여러가지 이유로 미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13代 국회 임기중 위헌결정이 난 민법 제764조(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손해배상에 갈음하는 처분을 명할 수 있다)가 당시는 물론 14대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까지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미처리된 법안중에는 유사한 법률안이 이미 통과돼 폐기되는 것이 마땅한 법률안도 있지만법률의 소비자인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이라는 차원에서 당연히 입법됐어야 할 법안이 상당수여서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처럼 상당수 법안이 국회 각 상임위에 회부됐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되고있는 사유는 與野간 미합의(32.4%), 정책내용에 반영(24.5%), 미처리법률안과의 연계(7.9%), 재원조달상 애로(7.9%)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기본적인 존립목적이 입법과 예.결산안 심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합리적 입법을 통한 선진국가 진입을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입법과정의 효율화를 위한 위원회 운영제도개선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정부가 발의했으나 폐기될 운명에 처해진 근로자파견사업등에 관한 법률안 의 경우 최근 金泳三대통령의 新노사관계 구상 에서 볼 수 있듯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대조류에 맞는 노사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위해 입법화를 신중히 검토했어야 할 법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지방자치법 규정에 의한 주민투표 실시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여야가 각기 발의했던 주민투표법안도 지방자치제도의 성숙을 위해 이미 입법화 작업이 끝났어야 할 법안이다.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의무등을 규정한 정보공개법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행정의 투명성을 스스로 확보토록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입법이 필요한 법률이지만 소관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여러 부처에 업무가 분산 또는 중복돼 있는 지하수 관리를 효율화하기위한 지하수법 개정안과 방송문화환경의 급속한 전환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분산된 법체계를 통합정리하기 위한 방송법등도 반드시 처리됐어야할 법안으로 꼽힌다.
이같은 적극적인 입법활동의 결여와 더불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기존법률을 사회변화 조류에 맞춰 개정해야 하는 것도 국회의 중요한 임무이지만 이 역시 방치되고 있다.
특히 국회 법제예산실이 지난해 4월 그동안의 위헌법률을 모두 조사, 소관 상임위별로 분류해 시급한 개정을 요구했는데도 14代 국회가 지난 1년동안 이를 유기한 사실은 의원들이 얼마나 본업을 팽개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대체입법 미비로 인한 법률적 공백상태로 국민들이 겪는 고초는 심각한 상태이다.실제로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해당되는 사람에 대해 2차례에 걸쳐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국가보안법 제19조의 경우 92년4월 헌법상의 신체의 자유와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내려졌으나 역시 고쳐지지않았다.
또한 4층이상 건물소유자는 신체손해배상특약부 화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규정한 화재로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 제15조도 지난 91년6월 보험가입대상 건물을 지나치게포괄적으로 규정,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한다 는 결정이 내려졌으나 5년동안 그대로 방치됐다.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사소한 정파의 이익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장기간 국회공전도 불사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조항 정비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것은 스스로입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 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