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이하의 어린이는 동반하지 말라는 어느 公演場에 많은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버젓이 데려왔다. 그중 몇몇 아이들은 공연장을 마구 휘젓고 뛰어다녔다. 어린이의 심성에 바른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 보다 못해 얘야, 여기는 네가 들어올 곳이 아닌데… 들어왔으면 조용히 앉아 있어야지 하고 타일렀는데 한 젊은 엄마가 도끼눈을 뜨고 왜 남의 아이 기를 죽이려고 그러세요하며 오히려 타이르는 어른을 나무라는 광경을 보았다.
공연장만이 아니다. 공중 목욕탕과 풀장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 공공장소를 자기네 앞뜰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오월을 생각해 본다.
어느 시인이 아가는 平和의 동산 지즐대는 기쁨의 시내라고 했고, 방정환님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 사는 이가 어린이라고 禮讚했다.
햇빛이 고운 부채살을 펴듯 화사하게 푸른 대지에 번지고, 바람은 나뭇가지들을 간지르듯 부드럽게 스쳐가며 가지속에 잠자는 잎새들을 흔들어 녹색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온 누리에 희망이 합창처럼 넘치는 오월에 어린이날을 정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 어린이 憲章에서는 이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기고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해야 한다고 해놓아 맑고 화창한 오월에 어린이를 위한 각종행사를 열고 있다. 어린이들도 일년내내 오월이길 바란다.
그러나 어린이의 심성은 하얀 도화지와 같다고 했는데 과연 이 도화지에 어른들이 생동감 넘치며아름답고 바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아니면 가난하게 살아온 부모들이 내 아이에게만은 가난을물려줘서는 안 되겠다고 돈과 이기심이 충만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는지, 한번쯤 생각 해 볼일이다.
〈KBS대구방송 총국장 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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