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4者회담을 제의한지 1개월이 지났다. 이에회담이 성사될 경우 참가국이 될 미국과 중국, 이해 관련 주변국인 일본과 러시아의 입장을 정리, 특집으로 묶어 내보낸다.
미국
미국은 4者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美정부는 北측이 결국은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점을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는 의회 및 민간기관 관계자들은 북한의 4者회담 수용 전망을 그리 밝게만 보지 않는다.
클린턴 행정부의 對北 개입 전략 (Engage ment Policy)의 비중이 그 성격상결국은 美 졀喚秊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美국부부 대변인실은 북한의 반응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北측에 시간을 줄 것 이라면서 아직은 공식적인 반응이 없다 는 답변을 되풀이하고있다.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는 한 美관계자도 16일 4者회담 제의에 당초 시한이 설정된 바 없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사안이 기본적으로 쉽게 풀릴 성격이 아님 을지적했다.
그는 美일각에서 4者회담 제의에 실체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되고있다 면서 北측이 원할 경우 제의를 보다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韓美가 제주 협의에서 의견을 모은 것도 이같은 맥락 때문일 것 이라고 분석했다.
美의회 관계자도 4者회담 전망을 그리 밝게만 보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韓美가 애당초 조건없이 회담을 제의했으나북한이 이것을 받아들이는데는 이것 저것 조건이 많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국에 대해서는 자기들의 식량난이 화급한 인도적 문제 임을 명분으로 내세워 북한을 美公法(PL) 480號 대상으로 격상 시켜주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이미 인도적 명분의 구호를 몇차례 제공한 터라 나몰라라만하기가 어려우나 그렇다고 북한을 PL 480號 대상에 올리기 위해 現시점에서그간 對北제재의 기본틀이 돼온 敵國 조항 (Enemy Act)을 손질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아 난처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클린턴으로서는 美大選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화당이 주도하는美의회와 맞부딪칠 수 밖에 없을 敵國 조항 손질에 굳이 목을 맬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지난 7일 러시아를 방문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과 韓-러 외무장관회담을 가진 孔魯明외무장관은 회의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석상에서 시종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韓美 양국의 4者회담 제의에서 소외된 러시아를 달래고 어루만지려는 성격이강했던 이날 회담이 끝난뒤 양국 외무장관은 서로의 의견을 진지하게 개진했으며 양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유익했다 는 외교수사적인 공식발표를 내놓기는 했지만 孔장관의 경직된 표정에는 러시아의 불편한 심정이 그대로 투영돼있었다.
당시 러시아는 한반도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南北韓과美國, 中國만이 참여하는 형태의 논의만으로는 결론이 맺어질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또 한반도 문제는 러시아와 일본까지 포함한 한반도 주변 4개국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모두 참여해 총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종전의 주장이 다시 강조됐다.
이같은 러시아의 입장은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직접 이해당사자의 하나로서 한반도문제의 논의과정에서 소외될 수는 없다는 국익 수호의 논리에 바탕을 둔것임은 물론이다.
러시아측과의 대좌에서 한국측이 꾸준히 설명한 것은 한반도문제 논의가 방만해지면 결론은 도출하기 어려우며 이때문에 기본적으로는 南北韓 대화를 축으로 하고 정전협정 당사자인 美國과 中國이 여기에 가담한다는 형태의 논의가이뤄져야 한다는 데서 마련된 방안이 바로 4者회담 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4者회담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러시아는 물론 일본까지 포함하는 보다광범위한 그룹에서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부연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반도문제 논의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와관련,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외무부의 고위당국자와 면담한 한국내 정치인의 평가는 러시아의 태도를 진단하는 데 참고가 된다.
이 정치인은 4者회담의 형식적 명분과 함께 실질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한뒤 러시아가 제시한 국제회의(다자간 회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 러시아측의 논리적인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고 전한다.
그는 러시아는 4者회담의 성사가능성이 클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듯 했다 고논평하면서 한마디로 논리문제로는 따질 수 없는 국가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배제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고집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중국측이 그동안 표명해
온 공식입장은 아무런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의 孔魯明외무장관의 중국방문, 북한의 정전협정 준수의무 포기선언,한국과 미국의 4자회담 제의, 錢其琛-크리스토퍼의 헤이그회담, 중국-러시아 정상회담 등을 통해 밝혀진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포함,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여러차례의 공식석상과 경로를 통해 밝혀온 중국측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나 4자회담 개최문제는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간에 이견이해소돼야 가능하다 는 것으로 요약된다.
錢其琛중국외교부장은 지난달 19일 헤이그에서 열린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것(4자회담 개최)이 사리에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종류의 제의는 직접당사자들이 합의를 보았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고 말했다.
이는 남-북대화로 근본적인 이견을 해소한 다음 4자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 수립을 논의한다면 중국도 기꺼이 이에 적극 참여할 것임을 시사하는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4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대표단을 철수하고 한-중 수교로 그동안상당히 소원해졌던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對북한영향력 회복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비공식석상에서 중국은 어느측을 지지하고 어느측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이로운 일이라면 하고, 그렇지않으면 지지하지도 찬성하지도 않는다 고 말한 바 있다.
이 당국자는 또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어떠한 사심도 없으며 단지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만을 바란다...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유지하는데 적극적인 요소가 될 것 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문제는 과연 중국이 4자회담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지만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입장을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나 중국-북한의 특수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비록 직설적인 입장표명은 아니라 하더라도 4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진의가 더욱 명확해진다.
분석가들은 남.북한이 먼저 이견을 해소해야 4자회담도 가능하다는 중국의 입장은 4자회담에 대해 냉담하거나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며 사실은 제3국의 자주외교 지지 등 대외적으로 천명된 자국의 외교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북경에서 열린 江澤民중국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정상회담 및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한반도문제가 다뤄지긴 했으나 깊이있게논의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중국이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입증한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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