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머신을 타고 면사무소가 있는 작은 기와집에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아이들이 올망졸망 있는 옛날집을 가본다.
할아버지는 사랑채에서 희미한 전등 아래 책을 펴놓고 글을 읽고 어머니와 막내고모는 대청마루에서 뒷문을 열어 놓고 정답게 긴 이불잇 끝을 잡고 다리미질을 한다. 할머니는 안방에서 무릎을 베개 삼아 손자를 뉘고 낡은 부채를 일렁이며 자장가를 부른다.
아버지는 건넌방에서 새로운 농사법-복합영농 이란 책을 앞에 놓고 낮동안의들일로 밀려오는 피곤에 눈꺼풀이 천근이 되어 졸고 그 옆에 아들과 딸들이 몽당연필의 심에 침을 묻혀가며 글씨를 쓰며 찢어지기부터 하는 공책을 앞에 두고 부지런히 숙제를 한다.
바깥은 칠흑같이 어둡고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길게 꼬리를 끌며 지나가는데 아이는 대변이 마렵지만 무서워 나갈수가 없다. 할머니에게 가서 응아를 하고 싶다면 할머니는 아무 말씀 않고 사립문쪽에 있는 변소에 함께 가서 옆에 있는닭장을 보고 닭이 밤에 ×을 누지 사람이 밤에 ×을 누느냐 고 웅얼거린다.아이는 변소에 앉아 있어도 할머니의 그 목소리에 무섬증이 없어진다. 사랑과평화가 낮은 지붕밑에 가득했다.
이것은 불과 사오십년전의 이야기며 변소에 가던 그 아이가 지금은 할아버지,할머니 세대가 되어 있지만 그들은 며느리 시집살이가 싫다며 따로 산다. 가끔며느리가 아이 봐 달라고 맡기러 온다. 쉰세대 할머니는 며느리 보는 앞에서옛날 할머니가 하던대로 밥을 씹어 손주에게 먹이며 아이구 우리 강아지, 잘도먹는구나. 그래 많이 먹어야지
신세대 며느리는 아이구 어머니, 비위생적이고 야만스럽게 아이를 보시면 어떻게 해요 하며 다음부터 아이를 봐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을 쉰세대 할머니는 노린 것이다.
한세대가 겨우 지났는데 삶의 행태나 사고가 이렇게 달라져 3대가 함께 사는가정이 신문이나 TV에서 이색 가정으로 소개되는 세태가 되었다.
5월은 가정의 달 이란다.
〈KBS 대구방송총국 총국장 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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