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개선이 국내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과천 종합청사 경제부처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재정경제원에서는 羅雄培 부총리가 27일 오전1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거시 경제지표를 전반적으로 점검,모든 정책노력을 국제수지 개선에 맞추라고 지시했다. 통상산업부에서도 이날 朴在潤장관이 1급회의를 갖고 무역수지 개선대책을 숙의했고 하루 전인 일요일에는 안광구차관이출근해 관련부서 간부들과 수출증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재경원과 통산부는 金泳三대통령이 무역수지 등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질책이 나오기 이전부터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했었다. 통산부는 지난 10일에 최근의 무역수지 동향 및 대책 을 내놓은데 이어 朴장관이 지난 20일 전자 및 반도체업계를 시작으로 주요 수출업종 대표들과 잇따라 수출독려를 겸한간담회를 갖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대응은 확대일로에 있는 무역수지적자폭을 줄이는 대책으로는 미흡한 것으로 보였고 급기야 청와대로부터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을 받게됐다.
무역정책의 주무당국인 통산부는 그동안 무역수지 개선대책이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인 것은 수출증대 등을 위해 쓸 수 있는 묘책이 이미 거의 고갈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환율의 안정적인 운용이나 수출선수금 확대, 원부자재에 대한 관세인하 등은 재경원 등관련부처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즉각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통산부는 그러나 무역수지가 경제현안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품목별, 지역별 수출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를 조정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무역수지 적자폭이 악화되고 있는것은 국내 수출의 5대 주력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섬유 등의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판단, 일단 이들 업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분석하고 관련기업들의 애로점을 최대한 타개해 주기로 했다.
현재 재경원이 세운 국제수지 개선 대책은 중장기적인 구조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따라서 그동안 통산부와 업계가 요구해온 환율인상(원화 평가절하)은 고려하지않는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재경원 관계자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으나수입단가 인상 등 물가불안을 초래하는 역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우리경제의 구조조정만 늦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각하에 재경원은 중장기 구조개선을 위해 우선 새로운 수출유망산업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즉 최근의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는 기본적으로 반도체가격의 폭락에 따른 것이므로 반도체를 포함, 자동차 철강 등 현재 우리의 주력수출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 전략산업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업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신장비 생명공학 등 첨단업종을 대상으로 기술도입이나 외자도입에 우대조치를 해준다는 복안이다.
또 여행수지 등 무역외 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관광산업 육성도 있다. 관광산업 육성 관련 기금에 대한 정부출연을 넓히고 골프장 등 관광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의 확충과 땅값의 지속적인 인하 등도 장기대책에 포함된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들이 시행에 들어가 본격적인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국제수지 상황은 이같은 장기대책의 효과만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장기대책에만 기댈 경우 적어도 올해만은늘어만 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단기적인 대책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 개방화.국제화에 따라정부가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예를 들어 수입억제를 위해 관세를 인상할 경우 수입대상국의 보복을 불러오게되고 수출촉진을 위해 금융.세제 지원을 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지
원 금지 규정에 걸린다.
따라서 정부가 마련할 수 있는 단기대책으로는 △수출선수금의 영수한도 확대△원자재에 대한 수입관세의 일시적 인상 △관세환급절차 완화 등 몇가지 제한적인 조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재경원은 이같은 조치들에 별로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이들 단기 대책이 수출 확대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고 효과가 있다해도 우리 수출산업의근본적인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재경원 관계자는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엔高를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활용했던 일본처럼 지금의 어려움을 우리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를위한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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