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농사 망쳐도 한해농사만 잘하면 그동안 누적된 부채도 갚고 그런대로 한밑천은 두둑하게 뽑을수 있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각시군마다 제각기 쏟아 내놓고 있는 특작농산물 수급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해마다 겪어와 어쩌면 당연한 경험론적 농사철학일지도 모른다.
요즘 대구근교 성주.고령.청도등 농촌지방에서 참외.딸기.오이등을 비롯한 특작농산물 재배농민들은 수확철을 맞아 동틀 무렵부터 저녁나절까지 힘든 하루를꼬박 들녘에서 보낸다.
성주군 선남면 도흥리에서 10여년 전부터 3천평의 농지에 70대의 노부모와 함께 참외농사를 지어오고 있다는 都영길씨(34).
都씨는 올같은 해는 일기불순 영향으로 참외재배 농민들이 가장 꺼리는 물찬참외 발생률이 높은등 전체 수확량도 예년에 비해 15%정도나 감소해 당초 예상한 농가소득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며 투덜댄다.
이같이 특작 농산물 품목자체가 기상조건에 매우 민감할 뿐만아니라 과잉 재배면적, 출하시기 조절, 불량 영농기자재, 유통구조 불균형으로 인한 적자수출등문제거리는 부지기수에 이른다.
더욱이 이중 어느것 하나라도 삐끗하면 심각한 수급차질과 함께 가격의 등락폭이 천양지차로 벌어지는가 하면 전체 평균 농업소득이 곤두박질쳐 가계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성주군 경우 단연 참외가 전체 농업소득 가운데 80~90%%나 차지, 무엇보다도참외의 판로개척등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참외재배 면적이 지난 80년 1천89㏊에 이르던 것이 올해는 무려 3배가까이나 증가한 3천3백여㏊로 늘어나고 전체 경지면적의 75%%를 웃돌아 과잉재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종용 성주군 유통특작과장(46)은 성주군이 매년 참외 생산으로 연간 1천3백억 정도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앞으로 WTO체제가 본격화될경우 장기적인
농업소득원으로서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 않다 고 한다.
여기에다 국제농산물시장의 여건변화로 국내 특작물 생산자단체등 농민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외국수출시장으로의 판로개척이 급선무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지난94년 4월 성주군은 참외수출 전담을 위해 유통특작부서를 설치하고이에 마련된 유통.원예.특작업무를 분야별로 전문화시켜 보다 구체적인 수출방안을 강구하기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했었다.
하지만 지난93년 홍콩과 캐나다에 참외3t 물량을 처녀 수출한 이후 매년 일본등 해외시장 수출길을 터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크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농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출가격.외국시장동향.관세.통관.검역등 전반적인 수출정보에 어두워 결국 운송비마저 건지지 못하는 적자수출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 말한다.
딸기재배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고령군의 경우도 해마다 딸기등 특작재배 면적의증가는 마찬가지로 5년전만해도 전체 경지면적의 5%%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이제는 거의 25%%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벼 생산에 비해 농가소득이 5~10배에 달하는 특작 농산물 재배면적이 전체 농경지 6천5백㏊ 가운데 25%%정도인 1천6백㏊로 나타나 농가 50%% 이상이 이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생산량중 겨우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한된 수출물량을 제외하고는 거의 국내수급용으로 팔려 나가지만 중간상인들의 농간이 판을 쳐 결국 텅텅빈 비닐하우스와 피와 땀이 섞인 고생만 남는다.
박동화씨(46.고령군 고령읍)는 뼈빠지게 지은 농사를 중간상인들은 물론 농업
관련기관들 까지 이에 가세해 차(車)떼고 포(包)떼는 식의 농간을 부려 정상적인 유통구조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며 분통을 떠트린다.
이마저도 올해 고령딸기재배 농민들은 한전측의 정전사고로 무려 5백26농가 1백80㏊ 면적에 달하는 딸기가 동해를 입어 51억원의 막대한 농가소득 손실을입는등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특히 고령 딸기피해 대책위원회(위원장 박대성)는 정전사고 당사자인 한전측을비롯한 청와대.통상산업부등에 재해보상금 지급등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는등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전국 복숭아 총재배면적 1만1천㏊의 13.5%%인 1천4백95㏊에 연간 20만9천t의 복숭아를 생산, 3백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리는 청도군 3천5백여 복숭아재배 농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70년도 이후부터 정부의 특수작물재배 권유로 농민들이 너도나도 우후죽순격으로 복숭아묘목을 반입해 심은 결과 이제는 해마다 전국적으로 과잉재배 면적에따른 공급 출하량 홍수 사태를 맞고 있다.
박진수 청도농협장(55)은 서울가락동농산물 공판장에서 청도 복숭아가 여타시군보다 한시세 올려받고 있지만 쥐꼬리만한 당국의 지원책과 관련기관의 계통출하등 유통체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는 것.
청도 복숭아는 80%%이상 산간임야에서 재배돼 농산물 시험연구소등 관련기관에서 당도가 전국최고라는 차별성이 부여되고 있으나 관련기관들의 지원이나 홍보부족으로 명성만큼이나 유명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경북농촌진흥원 최성국 연구관은 한마디로 각종영농 조건이 맞지않아 흉작으로 생산량이 급감할때는 가격이 폭등하고 이와반대로 풍작일 경우에는 가격이여지없이 폭락하는 함수관계에 맞물려 한해농사의 승패여부가 판가름 난다 는것.이와같이 그는 결국 한톨 농산물을 생산하기 까지 각고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생산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한채 허탈해 하는 모습이 어쩌면 특작재배농민들의 현주소가 아니겠느냐고 털어놨다.
농민들이 현재 농협등을 통한 위탁 내지 계통판매 비율이 겨우40%%, 현지판매1%%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간상인을 통한 밭떼기등 산지매매가 40~50%% 이상 차지하고 있어 유통구조개선이 시급합니다 경북도 농촌지흥원 崔性國장장은 현재의 농산물 유통구조가 생산자-수집중간상인-도매시장-중간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유통구조를 과감히 축소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농협등 농산물 유통관련 기관들의 계통판매등을 통해 5~6단계에 걸쳐 이뤄지는 현재의 유통구조를 생산자-소비자로 직거래 방식을 도입, 단계별 유통마진을 최대한 줄여 농가 수취가격을 높여 나가야 한다 는 주장이다.
또 특작농산물의 경우 시군마다 다른지역에 비해 비교우위성 작목에 집중투자하고 생산시설, 유통구조와 가공시설 까지 연계될수 있는 종합 계획이 수립돼야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잉재배와 홍수출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군지자체와 농민들이항상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노동력.농지.생산시설을 합리적으로 이용할수 있도록 특화작목 수를 적정규모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
崔장장은 앞으로 지역특작 농산물이 소비자들의 기호와 국내외 시장 변화에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산지에 집하장등 유통시설을 확보하고 규격화와상품특화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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