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공동개최-정치권 파장

"'매듭'풀 '슛골인' 나올까?"

월드컵유치 대장정이 공동개최라는 판정승 으로 귀결되면서 여야대치정국에새로운 변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색정국에서 무장해제될 지경에 처한 야권은 한결같이 정치는 정치, 스포츠는스포츠 라며 차단막을 치고는 있지만 여권은 월드컵열기로 정치권이 자연스럽게 해빙돼 야권이 공격의 예봉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의 월드컵유치 열기를 주도해온 여권은 비록 반쪽의 승리 지만 공동개최로 월드컵무드를 지속시켜나갈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시킬 수 있어 이참에 정국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8일부터 5대도시 장외집회를 상정해두고 있는 야권으로서는 국민적인 축제분위기속에서 투쟁열기를 새로 지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월드컵파장은 다음주부터 당장 현실적인 변화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은 단독개원여부를 두고 타협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었으나 개원강행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1일 국회소집요구서를 제출해 개원국회의 형식요건을 갖추기로 하는 등 개원준비에 들어갔다.

신한국당은 5일 개원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휴회에 들어간 뒤 여야 막후접촉을 통해 야당을 국회로 불러들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막후접촉에서 부의장문제, 상임위배정, 정치관련법개정 등이 협상대상에 오르게되는데 여권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 다소 주춤한 상태를 보였던 무소속의원 영입도 영입강행에 부담을 덜게 됨에 따라 과반의석을 넘어 각 상임위 과반확보, 즉 1백65석 안정의석 달성을 향한 작업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야권이 정치적 부담을 안게된것은 사실이다. 전국순회 장외투쟁이란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지만 거리로 나선 야권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될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공세강도를 두고 벌써부터 이견이 대두되고있다. 또 공세수위에 대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 벌어지고 있는 미묘한 불협화음이 증폭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30일부터 여야접촉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야권은 이번 주말 당내부조율과 여야 원내총무 비공식 접촉을 통해 개원정국의 실마리를 풀어가지 않을 수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야권의 주도로 여야협상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월드컵변수라는 외적요인과 여권의 상승무드 속에 두 야당이 협상테이블에 나오는 격이므로 야권은수세적 위치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월드컵변수 는 여야관계 뿐만 아니라 각 당내 세력균형에도 심상찮은 균열을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월드컵유치 명예위원장을 맡아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간 李洪九신한국당대표의 지위상승이 두드러진다. 李대표는 대권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관리형대표임을 자처하고 나서고 있지만 벌써부터 李대표의 월드컵조직위원장기용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치솟고 있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았던 盧泰愚씨가 대통령으로 오른 선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李대표의 득세는 7~8인의후보군으로 모아지고 있는 여권 대선후보지형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월드컵과 관련 정치권에서 유일하게 공동개최를 주장했던 金潤煥전대표도 총선후 지금까지 보여준 침체의 분위기를 새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변수는 야권에도 적지않은 내부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즉 당내 비주류측 발언권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것이다. 이는 양당 총장주도로 이어져오고 있는 강공드라이브에 맞서 원내총무와 소수이기는 하지만 여야대화시도를 지속적으로 외쳐온 비주류들이 새로이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金美羅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