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동안 나라를 시끄럽게 해온 경부고속철 慶州노선이 마침내 경주 도심을 우회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정부가 경주 도심을 통과하는 건설교통부의 노선을 폐기하고 우회안으로 선회한것은 천년 古都경주를 살리고 문화재를 보호하자는 큰 원칙에 따른 것이며 이러한 원칙은 앞으로 유사한 사안을해결하는데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은 개발위주의 건교부안을 반대하고 문화재 보호를 명분으로 우회안을 주장해온 문화체육부의 입장이 대폭 수용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가 최종 확정할 경주노선이 문체부안을 그대로 채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정부 당국자가 경주를 우회하는 안이 기본적이지만 반드시 문체부 주장대로는 되지 않을 것 이라며 기술조사를 재실시해 노선을 최종 결정하게 될 것 이라고 한것이 이를 말한다.그러나 정부가 건교부안을 폐기한 이유가 문화재 보호에 있다고 보면 최종노선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문체부안이 당초 工期를 3년이상 지연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는선에서 재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工期문제도 만족시키면서 천년 古都 경주의 특성을 살리는 노선이 채택되지 않겠느냐는것이다.
문체부안대로라면 2002년 월드까지 경부고속철이 완공되기 어렵다는 문제가정책결정에 핵심으로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문화재당국자도 문체부의 건천~ 화천 노선은 도심통과안에 맞서 문화재 파괴를최소화하기 위해내놓은 임의적인 선택이었다 면서 따라서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정신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노선변경이 가능하다 고 약간의 수정을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의 입장이 이같은 방향으로 정리되기 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부처간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문화재 보호문제가 개입된 이상 애초부터 결론은 자명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건교부의 개발논리에 비해 문화적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예술계, 학계,종교계의 명분이 설득력과 함께 국민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경제논리를 강요하기 어렵게 상황이 조성돼온게 사실이다.
더욱이 이 결정은 앞으로 항만 배후도시 건설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부산 가덕도의 철새도래지등 개발과 보존간에 첨예한 대립이 빚어지는 곳에 가치판단의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크다는게 문화계의 해석이다.
한국대학박물관협회와 한국고고학회 등은 건교부안이 수용될 경우 발굴조사 작업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파업 불사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경주 도심을 통과하는 고속철 공사기간중문화재 발굴조사는 아예 불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경주 왕경지구와 남산을 인근에 두고 형산강을 따라가는 건교부의 형산강노선은 단순한 도심 통과의 의미가 아니라 천년고도의 문화유산은 물론, 5천년 문화와 역사를 동강내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없다는 것이다.
경제성만으로 옛 도시의 역사성과 문화성이 파괴된다면 이는 개발이 아니라 반문명적, 반역사적행위라는게 각계의 기본 논리였다.
게다가 형산강노선에 따른 문화재 훼손도 적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경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이 지난 94년 10~11월 조사한 결과 형산강노선의 5백m이내문화재가 35건에 이르고 2㎞이내까지 포함하면 모두 1백1건에 달해 건천-화천노선의 28건에 비해문화재 훼손이 크다는 것.
특히 이 노선 주변에는 태종무열왕릉비(국보 제25호), 무열왕릉(사적 제20호),김유신묘(사적 제21호), 마애석불상(보물 제62호), 오류리등나무(천연기념물 제89호)등 국보.보물급 중요 문화재만도42점이 밀집돼 있다.
따라서 문체부는 대안으로 경산시 압량-경주건천읍-화천리-내남면 등 경주 외곽지역 52.5㎞를 통과토록 하는 이른바 건천-화천노선을 제시해왔다.
대신 그동안 개발제한으로 불이익을 겪어온 경주도심(왕경지구) 주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5백여만평에 이르는 건천지역에 역사와 함께 인구 10만의 신도시를 건설, 이들에게 이주 우선권을주자는 것이었다.
물론 문체부도 이대안 역시 차선책이지 최선책이 아님을 인정해왔다. 경주를 아예 벗어나는 대구-부산 직행 노선이 아닌바에야 문화재 훼손은 불가피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건천-화천 노선 2㎞이내 문화재는 국가문화재 2건, 지방문화재 1건, 비지정문화재 25건 등 28건으로 형산강노선에 비해 적은 편이나 막상 발굴에 들어가면 예상치않은 문화재가 대거 발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따라서 정부는 이제부터 우회노선에 대한 정확한 지표조사, 시굴조사 등을 벌여 정확한 문화재분포현황의 파악에 나서야 한다.
결국 이번 고속철 경주노선 시비와 그 결과는 이제 우리도 문화재의 가치를 경제개발논리의 상위개념에서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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