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國會 '연중개원' 절실

"15대 國云像"

우리 국회는 그동안 등원거부, 공전, 날치기, 통법부등 불명예스러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입법활동과 국가 예산심의의 고유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쟁의 장소로만 인식된 때문이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실한채 행정부의 압력에 눌려 정부가 정한 정책과 법안, 예산을 기계적으로 추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한 때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국회는 비생산적인 헌법기관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때문에 15대국회에서는 그동안의 비생산적인 국회운영에 대한 자기비판과 반성에 기초한 대폭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4분자유발언, 긴급현안질의, 기명표결제, 예산결산위원회 조기구성, 폐회중 상임위 정례회의 활성화등 일단 긍정적인 제도로 받아들여지는 것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인 보완에도 여전히 국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완전히 치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다 나은 국회를 위한 제안들이 15대국회 개원과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먼저 국회가 다른 헌법기관과 마찬가지로 항상 열려 있도록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헌법으로 국회회기를 임시국회와 정기국회로 나눠 각 회기기간을 제한하고 회의소집 정족수까지 규정한 비민주적 잔재조항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구분없이 1년을 회기로 정해 국회문을 연중 열어두고 있고 독일은 원구성후 임기만료때까지를 단일회기로 잡고 있는 것을 예로 들수 있다.

문제는 비단 회기일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법안제출과 심사가 정기국회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더 문제다. 14대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전체 법안 5백81건중 81%인 4백71건, 의원입법 3백21건중 68%%인 2백19건이 정기국회에 제출된 것이 이를 뒷바침한다.국회전문가들은 상설화가 당장 개선돼 실행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상설화의 대안으로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전환시키고 예산결산심사를 보조하는 회계감사기구를 국회내에 설치, 그분석과 심사를 토대로 항시 토론을 벌이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다.

또 국회운영에서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한 공청회와 청문회제도의 부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법안심사를 보다 충실하게 하고 투명하게 할수 있도록 기존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종 이익단체나 집단이 국회입법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법안심사의 내실을 기하기위해서도 유명무실해진 공청회와 청문회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는게 국회내 전문위원들의 한결같은 제안이다.

국회파행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교차투표제(Cross-voting)도 적극 거론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열린 개혁과제세미나에서 상당수 정치학 교수들은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역을 문민정부하에서도계속해 왔다고 지적하고 교차투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충북대 정외과 安成護교수는 국회파행을 극복하고 국회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국회제도및 관행의 발전적 정립이 필요하며 무엇보다교차투표제가 실시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미국등지는 당론에 따른 의원들의 투표율이 40%이하로 의원은 당원이 아닌 국민의 대표라는 인식이 앞서 있다는 것이다.

15대들어 국회 스스로의 변신하려는 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먼저 올가을 정기국회때부터 국회본회의장에서 각종 의안을 처리할 때 전자표결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비록 뒤처진감이 있지만 우리국회도 외국의 국회처럼 의원들이 의석에서 전자단추를 눌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효율적인장치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교차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전자투표장치는 당론에 구애받지않고 의원들이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는 올해 전자투표장치 설치예산으로 10억원을 배정, 현재 장비설비를 위한 계약자를 선정중에 있다.국회는 또 정보화시대를 맞아 보다 효율적인 국회운영을 위해 국회의사당을 최첨단 전산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중이어서 의정활동이 보다 첨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하지만 국회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첨단화작업등 새 국회운영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종전 국회와 차별성을 갖는 국회를 위해서는 여야 각정당의 뼈를 깎는 노력과 정치인들의 각성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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