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경주구간 도심통과노선 이번주말 최종확정될 듯

"보존.개발 함께 살려야"

4년 이상 논란을 빚어온 경부고속철도 경주구간이 도심통과노선을 수정, 도심을 우회하는 새로운노선을 채택이 이번주말 최종확정될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도심통과냐, 대구~부산 직선화냐, 건천우회냐는 노선선택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섰던 경부고속철도경주구간 통과문제는 경주 우회 로 일단락났지만 문화체육부가 제시한 우회노선 역시 기술적 타당성이 재검토돼야하고 역사문제가 언급되지 않고 있어 다시금 출발점에 서게됐다. 노선만 결정하면 신도시는 어떻게 개발해야할 지, 대구 달서구 예산의 3분의 2에 불과한 경주시 예산 2천2백억원을 가지고 어떻게 고적도시 경주의 원형을 복원할지, 이주민 대책과 상처난 경주시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수습해야할 지, 이 모든 난제들을 중앙정부나 경상북도의 개입없이 경주시 단독으로풀어갈 사안이 아니어서 종합적인 재점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형 국책사업에서 문화정책이개발논리에 앞선 첫 사례로 평가받는 경부고속철도 경주노선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본다.

경부고속철도 경주구간을 둘러싼 논란은 1천년 이상 다듬고 간직해온 경주를 경주답게 보존하느냐, 아니면 멀리 몽고군 침략으로부터 일제때 고분 도굴에 이어 현대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훼손된 역사없는 도시로 전락시키느냐가 핵심이었다.

건교부가 92년 6월 경주도심을 지나는 형산강 노선을 결정하고 도심(왕경지구)에서 남쪽으로 5㎞떨어진 북녘들에 역사를 세우겠다고 발표하자 문화계와 종교계 학계는 경주의 문화재 훼손 뿐만아니라 고도로서의 경주 풍치를 망가뜨린다며 경주도심 통과 반대 목소리를 드높였다.이에대해 건교부와 고속철도 건설공단이 ▲역사를 북녘들 탑정동에서 이조리(도심 남쪽 10㎞)로이전(95년 10월) △도심 통과 지하구간 3.5㎞에서 8.4㎞로 연장(96년 1월) △역세권 비개발(96년 4월)등으로 입장을 변경했으나 역사도시 경주의 풍치를 훼손시킨다는 명백한 사실때문에 설득력을얻지 못했다.

전국 1백2개 단체가 모여 95년에 결성된 고속철도 경주통과 백지화운동 추진위 는 올 3월에 17만여명이 서명하고 경주도심과 남산에서 15㎞ 떨어진 경주 외곽지대로 재설계할 것을 청원했으며, 지난달 15일에는 고속철도 경주도심통과를 반대하는 지식인 77인 선언 이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문체부 건교부가 10인 조사단을 구성, 현지조사를 펼때 건축가 金錫澈씨가 건천에 신도시를 짓고 경주의 도심 거주민에게 이곳으로의 우선 이주권을 준 뒤, 왕경지구를 중심으로 경주를 본래 상태로 복원(原 경주)하자 는 문체부안을 제시, 우회노선 채택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이 안은 도심 통과든 우회든 경주 통과 자체를 반대했던 사람들에게까지 합리적 차선책 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건천~화천 노선을 주장한 문체부안도 설계상 문제점이 있어 당분간 기존 경부선철도 대구~부산 구간을 직선화하고 조기 전철화, 고속전철을 잠정적으로 이용토록 하는 방안으로급선회했다.

경주경실련 김창선사무국장은 도심통과를 저지했다고 해서 경주의 풍치가 온전히 보전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면서 정부에서 경주우회를 결정했더라도 신도시계획, 이주민대책, 기존 동해남부선이설문제등을 이번 기회에 종합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초래되는 경주시가지의 문화유산 파괴를 막을 도리가 없다 고 밝힌다.

이번에 고속철도의 노선 결정을 담당한 주무부서는 건설교통부 수송정책실 고속철도과. 그러나신도시 건설과 역사문제등은 이 부서소관이 아니어서 경주역사문제는 관심권에서 비껴나있다. 노선에 앞서서 신도시 역사문제가 선결돼야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경주우회노선을 결정하면서 도시계획협의 등이 함께 따라가주어야만 고도 경주의 복원과 문화재로 인한 생활불편을 감수해온 경주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데 이 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않고 있다 고 김사무국장은 밝힌다.

계명대 김종철교수(박물관장)는 경주시민의 개발욕구를 무조건 막을 수만은 없다 면서 고속철도경주우회를 기점으로 原경주를 보존하고 경주지역민의 개발욕구를 수렴하기 위한 물꼬를 터주어야하며, 이 물꼬는 바로 우회노선이 통과할 신도시 개발과 이주대책이라고 주장한다.교통문제전문가 임성빈교수(명지대)는 현지조사에서 건천에 신도시가 세워질 경우 10만명이상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분별한 개발논리가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 역사도시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될 수 없다 는 민속학자 金宅圭박사(영남대 명예교수)는 눈앞의 이익에 앞서 경주의 생명력인 문화유산을 보존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앞세운 우회노선 채택을 환영한다. 중국의 주변국가중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5천년 역사를 지켜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문화 라는 金교수는 문화유산.자연환경.인문환경이집약,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사성을 지닌 경주의 도심을 통과하지 않게돼 다행 이라고 밝힌다. 일본은 신간선을 놓을때 고베 근처의 3백년된 양조장을 다치지않기 위해 노선을 우회시켰고, 고도 奈郞에서 풍치훼손을 이유로 5층 건물을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건천-화천 우회노선을 표명했던 경주를 사랑하는 시민연대 도 경주를 경주답게 가꿔나가는 것이 경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이자 소득 1만달러시대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 것 이라며 그동안 방기돼온 고도보존법 제정, 동해남부선과 중앙선의 이설을 위해 중앙정부는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하며, 경주의 발전 청사진을 하루빨리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原경주를 살리기 위해서는 新경주 건설은 불가피하다 는 관계자는 경주 왕경지구에서 12㎞ 떨어진 건천에 신도시를 세울 경우 그 중간에 산이 서있어 경주풍치를 직접 훼손시키지않는다고 밝히며, 하루빨리 전국적인 규모의 발굴단을 구성해야할 것으로 내다본다.

경주는 동서가 산지이고 남북이 평야이며 중앙에 세계적인 노천박물관이자 영산인 남산이 위치한H形 분지도시이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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